[低유가 쇼크] 산유국도, 셰일업체도 곡(哭)소리

by최정희 기자
2014.12.15 16:33:36

베네수엘라 국가 부도사태..러시아도 타격 커져
美 셰일업체 파산보호 신청 내기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유가 폭락에 여기저기서 곡(哭)소리가 들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셰일가스를 무기로 등장한 신흥 석유 공급자인 미국의 패권 다툼에 산유국은 물론, 미국의 석유생산 업체들도 죽을 맛이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6.25달러에 거래됐다. 6개월만에 유가가 50% 가량 추락한 것이다.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은 OPEC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45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수출액의 95%가량을 원유에서 조달해왔던 베네수엘라는 국가 부도사태에 직면해 있다. 당장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라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에 원유 외상매출채권을 헐값에 넘기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도 재정 수입의 70% 가량을 원유 수출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OPEC 소속은 아니지만 산유국인 러시아도 타격이 크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연구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하락했을 때를 전제로 분석한 결과 향후 2년간 GDP 규모가 평균 2.5%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돼 45개국 중 타격이 가장 컸다. 러시아의 루블화는 지난 3개월간 달러화 대비 23% 폭락하기도 했다. 사우디 역시 석유 판매수익이 수 십억달러 감소했다. 그나마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오일머니가 충분하다는 점이 다른 산유국과 차별화된 점이다.



미국도 안심하긴 어렵다.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미국의 소규모 원유 생산업체들은 석유 생산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생산가격에 비해 판매가격이 워낙 낮다보니 수익성이 한계가 와 있기 때문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아칸소주에서 100여곳의 유정을 운영하는 마크 토마스는 “90일 이내 몇 곳은 생산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며 “지상에서 석유를 끌어올리는 비용만 배럴당 최대 30달러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지난 주 아칸소주에서 중질유는 배럴당 41달러, 저유황원유는 52.55달러에 거래됐다.

영세한 셰일가스 업체들은 벌써 타격을 입고 있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엔데버인터내셔널은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엔데버인터내셔널의 창업자인 오트리 스티븐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생존모드로 갈 것”이라며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살아 남자는 게 우리의 모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