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결과 내달 초 결론

by김범준 기자
2023.01.17 17:00:17

17일 서울서부지법 ‘접근금지 가처분’ 심문기일
유가족협의회 “분향소 설치 당일부터 추모 방해”
신자유연대 “장소·구호 구체성 없어 각하 사유”
法, 내달 1일까지 추가 자료 받고 6일 결정 예정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맞불집회’를 벌이는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의 접근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당장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법원은 다음 달 6일까지 가처분 신청에 따른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임정엽)는 14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가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를 상대로 분향소 접근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심문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기일을 종료하고 “양측이 이달 25일까지 추가 준비서면과 다음 달 1일까지 마지막 소명자료 등을 모두 제출하면, 재판부가 2월6일까지 가처분 결정문을 양측에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리에 앞서 재판부는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사망자들의 명복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 말씀 드린다”며 “제출된 소명 자료를 바탕으로 본 사건의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령과 대법원 판례 따라 양측 주장을 검토하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협의회(채권자) 측은 이날 심리에서 지난해 12월14일 이태원광장 인근에 합동분향소 설치 당일부터 현재까지 신자유연대가 대형현수막을 설치하고 확성기를 동원해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인신공격적 시위를 벌이면서 추모 행위를 방해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에 참석한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당초 분향소를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두려고 했지만, 인근 상인들도 많은 고통을 감수하고 있고 영업권 등을 고려해서 사고 현장에서 다소 떨어진 녹사평역 인근에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단지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온전한 추모와 시민들의 위로를 받기 위함이었는데, (일각에서) 반정부 세력이라며 용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고 정치적으로 몰아갔다”고 발언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 (추모 방해 집회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정까지 와서 다투는 것도 굉장히 회의감이 들지만 사법부에서 마지막으로 저희한테 온전하게 추모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신자유연대 접근금지 가처분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가처분 피신청인(채무자) 신자유연대 측은 “가처분 신청 취지에 ‘이태원동 34-2 부근’이라고만 돼 있고 어디까지인지 장소도 특정이 안돼 각하 사유 해당한다”며 “일반적 집회를 금지해선 안 되고 어떤 내용의 피켓, 어떤 유형의 구호 등 구체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유족 측이 저희가 하지 않은 ‘시체팔이 했다’, ‘폭력 행사했다’ 등 허위 사실 유포하고 ‘2차 가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면서 “이태원광장은 대통령실과도 가까운 중요한 자리인데 저희는 유족들의 행사를 방해한 바 없고 오히려 장소도 양보해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리를 마치고 협의회 측은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에서 요청한 내용은 추모 감정과 접근금지의 연관성”이라며 “추모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신자유연대의) 접근금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법리적인 부분을 추가로 보완해 서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달 29일 법원에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의 분향소 출입과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막아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했다. 또 분향소 반경 100m 이내에서 방송이나 구호 제창, 현수막 개시 등 행위를 통해 추모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유족들은 이들이 ‘2차 가해’를 한다며 지난달 30일 인권위에 구두로 긴급구제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