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당의 '동상이몽'…①사시부활 ②조국사과 ③특검

by박기주 기자
2021.12.07 16:15:22

李 “사시 일부 부활” vs 黨 “혼란만 가중”
李 “조 전 장관, 국민 외면의 근원” vs 秋 “인간 존엄성 짓밟아”
李 “특검 100% 환영” vs 黨 “남은 선거기간 ‘특검정쟁’ 될 것”

[이데일리 박기주 이상원 기자] 이재명 대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에 다소 불편한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청년과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일부 이슈에 대해 기존 민주당 내 입장과 상충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다. 이에 대해 핵심 지지 기반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주말마다 전국을 돌며 지역 민생 탐방을 진행하고 있는 이 후보는 지난 주말 ‘사법고시 부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지난 5일 전북 순회 중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5급 (공무원) 공채시험 없애지 말아달라’는 한 참여자의 질문에 “저도 마찬가지다. (5급 공채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지 공감이 안된다”며 “저는 사법시험도 일부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은 그냥 두고 일부만 사법시험을 해서 중·고등학교를 못 나온 사람도 실력이 있으면 변호사 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공정한 기회’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청년층이 사법고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 해당 정책 추진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로스쿨 진학조차 꿈도 못 꾸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골고루 주자는 취지가 강하게 담겨 있을 것“이라며 “이제 대한민국 로스쿨제도에 대한 발전적 재점검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조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도입한 로스쿨 제도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2017년)가 5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부른 발언이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는 노무현 정부의 대표 정책이자 민주당의 핵심 업적인데, (이 후보의 발언으로)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한 이 후보의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 전 장관 문제는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이어 다른 언론사 인터뷰에서도 “책임의 핵심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드리는 것이다. 다시 사과드리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 한다”며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마음의 빚을 졌다”라고 표현할 만큼 조 전 장관 관련 논란은 친문(親文) 진영에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가 사과의 뜻을 전하며 선을 분명히 그은 것이다.

반응은 즉각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이 후보의 해당 발언에 대해 “대통령 후보도 여론에 좇아 조국에 대해 사과를 반복했다. 후보의 사과를 이용해 다시 ‘조국은 불공정하다’로 한 번 더 낙인 찍게 된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당 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 전 장관에 우호적인 열린민주당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 대표와 지도부가 열심히 열린민주당과 합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의 사과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일 전북 진안군 인삼상설시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장동 논란에 대한 특검 문제도 이 후보와 당내 여론이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비리 대장동 개발 특검을 100% 환영한다”며 “윤석열 후보 화천대유 특검을 피하지 말아 달라. 특검을 피하면 범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특검법을 직접 추진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으로 남은 90일간 선거가 ‘특검 정쟁’으로만 점철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대선 전까지 물리적으로 마무리하기도 어렵고 특검에 힘을 쏟을 바엔 정책과 비전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 후보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핵심 지지층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호남지역을 보면 이 후보 지지율보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데, 호남의 지지층 기반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발언들은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도층 공략을 위해 민주당과 차별화 전략을 펴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