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21.08.30 17:22:49
14만가구 신규택지 공급…수도권에 12만 가구
서울 서남부에 집중배치…GTX 통해 교통해결
전문가 "입지 떨어지고 실제 공급시점도 늦어"
[이데일리 장순원 김나리 기자] 정부가 집값이 가파르게 뛴 수도권과 세종시를 중심으로 14만 가구 규모의 신규택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을 대거 공급해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공급 신호를 줬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입주까지 빨라야 최소 7~8년이 걸리고 입지도 수도권 외곽에 치우쳐 부동산시장 안정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2·4 공급대책에서 약속한 25만 가구 규모 신규 공공택지 중 나머지 14만 가구를 이번에 공개했다. 대신 애초 공개한 13만1000가구에서 9000가구를 더 늘려 수도권에 12만 가구, 세종·대전권에 2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이해 지정한 신규 택지는 모두 10곳이다. 이 가운데 의왕·군포·안산과 화성 진안 지구 2곳은 신도시급으로 조성하고 인천 구월2·화성 봉담3 지구는 중간 규모, 나머지 남양주 진건, 양주 장흥, 구리 교문 지구는 미니 택지지구로 공급된다.
수도권에 공급되는 신규택지는 기존 2기 신도시가 포진한 서울 서남부에 집중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3기 신도시가 서울 동쪽과 서쪽에 주로 배치된 것과 비교된다. 수도권 서남부는 최근 ‘내집마련’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급등한 곳인데, 이 지역에 주택을 대거 공급해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수도권 남부지역은) 강남권 등의 주택 수요를 흡수해온 입지가 우수한 지역”이라며 “교통 여건과 기존 도심과의 접근성, 주택수요 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방에선 작년부터 집값이 급등한 세종시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세종시 행복도시 인근과 조치원 지역에 택지를 보강했다.
정부는 이번에 지정한 택지지구에 교통망, 인프라, 자족기능 등을 구축해 주요 도심의 주거·업무기능 등을 분산 수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탈서울 내집마련 수요가 늘어 부동산 불안이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 특히 서남부 주택시장 수급 안정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택지가 기존 3기 신도시와 비교해 입지여건이 떨어진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신규택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의왕·군포·안산 신도시는 서울 남쪽 경계에서는 약 12㎞나 떨어져 있고, 신도시가 조성되는 화성 진안은 더 멀다.
반면 서울과 가까워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던 하남 감북이나 김포 고촌 등은 이번 택지지구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 땅 투기 의혹 사건이 터진 뒤 투기차단에 무게를 두면서 입지가 떨어진 지역을 신규 택지지구로 지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투기 수요를 걸러내려다 입지가 양호하지 않은 지역을 신규 택지로 선정한 듯한 아쉬움이 있다”면서 “서울 등 주요지역으로 출퇴근이 어려워 당장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같은 광역교통망 등을 활용해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진도가 가장 빠른 GTX-A 노선조차 올해 7월 말까지 공정률은 19.4%로 같은 달 기준 정부 목표치인 22.8%에 미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GTX 사업이 중간에 틀어져 지체되면 이들 신규택지의 교통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실제 2기 신도시도 여전히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 주택공급 시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효과를 반감하는 요인이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지구지정을 마치고 2024년 지구계획 등을 거쳐 2026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2029년쯤 실제 입주를 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장 주변 집값 안정효과보다 대량의 주택공급 신호를 주는데 초점을 맞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