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watch] 사라진 '받아쓰기'

by피용익 기자
2014.07.22 19:19:19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2기 내각 각료들이 처음 참석하는 회의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과 재정을 비롯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 경제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을 펼쳐달라”며 깨알 같은 주문을 쏟아냈다. 이어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국무회의 형식은 똑같았지만, 참석한 국무위원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박 대통령이 발언할 때 장관들이 수첩에 받아적는 익숙한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님 말씀을 아무도 받아적지 않더라”고 전했다.

‘받아쓰기’가 사라진 것은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방적인 지시 하달과 무조건적인 복종보다는 대화와 토론을 통한 정책 협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최근 최 부총리를 청와대로 불러 대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최 부총리를 시작으로 다른 부처 장관들로부터도 순차적으로 대면 보고를 받는 등 ‘스킨십’을 늘려나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또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면 보고를 받는 일이 최근 잦아진 것으로도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 변화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9개 수석실로부터 순차적으로 대면 보고를 받았다. 수석비서관과 소속 비서관들이 모두 참석해 소관 분야별 업무보고를 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서면이나 전화 보고를 선호해 왔으나, 이처럼 소통 방식을 확 바꿨다.

정치권과의 소통도 활발해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에는 여야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1시간 25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같은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여야 원내지도부와 합의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속된 ‘불통’ 논란으로 인해 소통 방식의 변화를 줄곧 고민해왔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 국가혁신 작업과 2기 내각 출범에 맞춰 소통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근본적인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