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만든 소상공인몰, 2년 가까이 매출 '0원' 업체 수두룩

by김호준 기자
2021.09.29 16:17:05

가치삽시다 플랫폼, 입점업체 3분의1이 매출 '0원'
동행세일 등 정부 주도 소비행사 때만 '반짝' 매출
가격·제품 민간 쇼핑몰 대비 뚜렷한 장점 없어
권명호 의원 "유령 사이트 전락…온라인 정책 매진해야"

(사진=가치삽시다 플랫폼 누리집 갈무리)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정부가 수십억원 예산을 들여 운영 중인 소상공인 제품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가치삽시다’가 개설한 지 2년이 다 됐음에도 저조한 매출 실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2000여 개 입점 업체 중 3분의 1가량이 매출 ‘0원’인데다가, 매출이 발생한 업체도 평균 100만원대에 불과해 사실상 ‘유령 쇼핑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치삽시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가치삽시다 입점 업체 2066개 중 625개는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625개 업체 절반 이상은 지난해 이 플랫폼에 입점했고, 일부 업체는 플랫폼이 개설된 직후인 2019년 12월 입점했지만 이후 2년이 다 되도록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가치삽시다 플랫폼은 중기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지난 2019년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전용 쇼핑몰이다. 민간플랫폼 수수료율은 판매액의 5~20%에 달하지만, 가치삽시다는 3% 수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중기부는 가치삽시다 플랫폼을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교두보로 키운다는 목표로 홍보·마케팅, 콜센터 운영, 라이브 커머스 구축 등 지금까지 총 55억원 예산을 투입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소상공인 온라인 플랫폼 ‘가치삽시다’와 위메프가 함께 한 유튜브 ‘라이브 커머스’에 출연해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문제는 이처럼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가치삽시다 플랫폼이 제대로 된 쇼핑몰로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치삽시다 월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정부가 지난해 내수촉진을 위해 시행한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인 6~7월 매출은 각각 1억 3160만원, 1억 746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 달인 8월에는 23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린 지난해 12월 매출액은 4억 340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다시 매출이 줄어 지난 3월에는 3230만원에 머물렀다. 정부 주도 대규모 소비행사 때를 제외하면 하루 100만원 매출도 올리지 못한 셈이다.

올해 두 번째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열린 지난 6월에도 매출액은 2억 9390만원을 기록했지만, 8월 다시 79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정부 주도 소비행사 때만 매출이 반짝 올랐다가 끝나면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실적 저조는 가치삽시다 플랫폼이 판매 상품이나 가격에서 민간 쇼핑몰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장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가치삽시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해본 결과, 가격은 대부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은 대형 쇼핑몰이 제공하는 할인쿠폰 등을 적용하자 오히려 가치삽시다 판매가보다 저렴했다. 심지어 소상공인 쇼핑몰임에도 고가의 미국산 의류건조기나 중국산 조명, 유리병 등 제품도 판매되고 있었다.

중기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이 같은 가치삽시다 플랫폼의 실적 부진을 인정하고, 단순 온라인몰 개념에서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을 돕는 ‘네비게이터’로서 역할을 강화할 ‘가치삽시다 2.0’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권명호 의원은 “중기부는 소상공인 디지털 판매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며 자화자찬 했지만 현실은 유령 사이트로의 전락”이라며 “같이 살기에는 민망한 ‘가치삽시다’ 플랫폼 사업을 폐지하고,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을 위한 지원 정책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