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M&A설 '솔솔'…기술보호주의 등 변수

by신민준 기자
2021.04.22 15:48:16

삼성전자, NXP,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M&A 후보군 거론
파운드리 강화 선언한 SK하이닉스, M&A가능성 제기
美엔비디아 英ARM M&A 안갯속…美AMAT, 日코쿠사이 M&A 무산
삼성-총수 부재, SK-인텔 낸드 M&A자금 납부 부담 요인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인수합병(M&A)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M&A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자립화를 꾀하면서 자국 기술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점 등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22일 전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차랑용 반도체 기업 NXP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JP모건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NXP를 비롯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마이크로칩 테크놀러지스 △아날로그 디바이시즈 등의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ST마이클로일렉트로닉스와 인피니온 등을 M&A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업 인수설은 연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이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 내 의미있는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차량용 반도체기업 등 M&A 후보들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M&A실탄은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단기간(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약 120조원(작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이어 추가적인 M&A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 21일 열린 월드IT쇼에서 공개적으로 파운드리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자회사인 시스템아이씨(IC)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앞서 SK그룹도 지난 14일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발표 당시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ICT투자전문회사(SKT신설회사)가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SK그룹은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자회사인 시스템IC의 덩치를 키우거나 파운드리기업 M&A 또는 지분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지배구조 개편 후에도 지주회사인 SK(주)의 손자회사 지위에 변함이 없는 만큼 ICT투자전문회사가 M&A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M&A에 나설 때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탓이다.다만 변수도 있다. 먼저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기술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국가간 반도체 기업 M&A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영국 정부가 미국 팹리스(반도체 전문 설계기업) 엔비디아의 영국 팹리스 ARM M&A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토록 지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AMAT)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M&A 무산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규제당국의 M&A심사 보류가 이유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수감돼 총수가 부재라는 점도 부담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부정 의혹 관련 재판을 받았다. 검찰이 프로포폴 상습 투여 의혹과 관련돼 기소하면 이 부회장은 또 다른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따른 자금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M&A자금을 연말에 70억달러(약 7조 9000억원), 2025년 3월에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두번에 걸쳐 낼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 모회사 SK텔레콤의 작년 단기 현금화 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투자자산)은 4조8000억원,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반도체기업들의 M&A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M&A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변수도 적잖은 만큼 급박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