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21.04.01 14:12:05
자동차뿐 아니라 IT·가전 제품용 반도체도 부족
단기간 내 해소 어려워…올해 내내 지속될 듯
“2분기부터 반도체 가격 상승 본격화 전망”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전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반도체가 쓰이는 제품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들 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는 200~300개에 달한다.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에 필요한 반도체는 이보다 훨씬 많다. 퍼스널컴퓨터(PC), 스마트폰, 게임기 등 첨단 전자제품은 물론 냉장고나 전기밥솥 같은 백색가전에도 반도체가 탑재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똑똑한’ 기기들에는 반도체가 필요한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수급 불균형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PC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반도체 기업들은 주문이 감소한 차량용 반도체 대신 수요가 급증한 다른 반도체 주문을 받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동차 판매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자 반도체가 모자라 자동차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005930) 사장 출신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2~3달러짜리 반도체가 없어서 2만~3만달러짜리 자동차를 못 만드는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 주문을 해도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기까지는 수 개월이 걸린다. 차량용 반도체는 안전성 검증을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므로 공급선을 갑자기 바꿀 수도 없다. 반도체 업체들이 급하게 공정을 전환할 이유도 없다. 차량용 반도체는 정보기술(IT)용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주에 불어닥친 한파, 일본에 발생한 지진과 화재, 대만의 가뭄 등 잇따른 자연재해가 반도체 공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반도체를 공급받는 제조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선 것도 품귀 현상을 부추겼다. 이는 자동차뿐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기, 냉장고 등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 반도체 품귀 현상에 셧다웃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주요 트럭 공장 2곳을 포함한 여러 공장에서 감산을 확대한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포드는 4월에 미시간주 디어본의 트럭공장에서 조업을 2주간 중단하고 캔자스시티 공장의 트럭생산도 일주일간 중단한다. 또한 북미지역 다른 공장 여러 곳에서도 일시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예정된 초과근무를 취소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30일 울산1공장이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전방카메라에 장착할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이 원인이다. 현대차는 이번 휴업으로 코나 6000대가량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지속되면 아이오닉5 등 다른 제품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반도체 부족 탓에 중형 픽업트럭 생산을 감축하기로 했다. 캔자스주 공장과 캐나다 잉거솔 공장은 4월 중순까지 계속 문을 닫을 예정이고,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이번달에도 절반만 가동할 계획이다.
컨설팅회사 알릭스 파트너스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606억달러(약 69조원)의 매출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 증권은 올해 2분기 글로벌 자동차 생산이 160만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