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 지정 속도내는 서울 자치구들…설땅 없는 애연가들

by양지윤 기자
2020.11.11 15:36:23

서초구, 양재동 동(洞) 전체 금연구역으로 지정
증권가 `너구리굴` 없앤 영등포구, 7곳 더 금연거리로
강북구는 우이천 제방 따라 전 구간 금연구역으로
"흡연공간 필요" 잇단 불만…비흡연 주민과 갈등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양재동은 전(全) 지역 금연구역 지정이래요. 너무 부러워요.”

지난 8월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앞에서 애연가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가 지난 2일 양재동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한다고 밝히자 강남권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알리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걸어 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이른바 ‘워킹 스모커’에 의한 간접흡연 피해를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치구들이 흡연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서초구가 동(洞)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비롯해 올초 여의도 증권가 골목 일대 사유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영등포구는 여의도에 금연거리를 추가했다. 강북구는 우이천 산책로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자치구들이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면서 애연가들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11일 서울시 각 자치구에 따르면 서초구는 양재동 전역을 지난 2일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시행 중이다. 금연구역은 이면도로를 포함한 모든 공공도로가 해당되며 사유지는 제외한다. 지정된 도로는 총 55km, 면적은 13㎢에 이른다.

또 흡연이 다발적으로 발생해왔던 구역에는 별도로 노란선을 그어 라인형 흡연구역 30개소를 만들어 지정했다. 그간 특정구간만 산발적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방식을 바꿔 동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대신 흡연 가능한 구역을 별도로 지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도로와 주택가 이면도로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흡연자들이 이면도로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고 보행 중 흡연을 사전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영등포구는 지난달 말 간접흡연 피해로 인한 민원 다발지역 7곳을 금연거리로 추가 지정했다. 추가된 곳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여의동로, 여의도롯데캐슬아이비 주변 도로, 여의도역 주변 도로 등이다. 앞서 영등포구는 지난 9월 금연거리로 지정된 여의대로와 의사당대로 인근 지역의 계도 기간이 종료돼 이달 1일부터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아울러 영등포구는 올 연말까지 여의도 일대에 흡연부스 5개를 추가로 설치한다. 올초 흡연부스를 설치한 증권가 골목에 1개를 비롯해 국회의사당과 KDB산업은행 주변, 여의도역에 흡연자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초구처럼 흡연가능 구역을 지정할지 여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통학로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민원이 많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담배를 피우는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 간 갈등을 고려해 흡연이 가능한 구역을 지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도 지난 1일을 기해 관내 우이천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경계지점인 월계2교부터 쌍우교 상단까지 총 길이 약 4.6km의 구간이다. 제방 상단을 기준으로 아래쪽 하천까지의 공간이 모두 금연구역에 해당된다.

각 자치구들이 금연구역 지정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대해 주민 대다수가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서초구가 최근 실시한 금연구역 지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1.4%가 금연구역 지정에 찬성했다. 흡연구역 지정에 대해서도 79.5%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연구역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비해 흡연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흡연자인 정모 씨는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건 좋지만 별도 흡연구역이나 흡연실을 마련해 주지 않고 걸리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마구잡이 단속은 기본권 침해”라며 “담배로 걷는 세수가 엄청난데 일방적으로 흡연구역을 없애면 된다는 식의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송파맘 카페에서 비흡연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담배를 판매하는 이상 흡연자들이 흡연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흡연부스나 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