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조망 넘으려는 캐러밴에 최루탄…트럼프 '국경폐쇄' 경고 현실로

by방성훈 기자
2018.11.26 14:05:14

입국 거부당한 캐러밴 등 美국경 향해 행진 시위
일부 이민자, 불법 입국 시도…美 최루탄으로 저지
美, 산 이시드로 검문소 일시 폐쇄 조치
멕시코 "불법 이민 시도하면 즉각 추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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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샌디에고와 멕시코 티후아나가 마주한 국경지역. 25일(현지시간) 이 곳에 위치한 산 이시드로 검문소에는 미국 땅을 밟으려는 500여명의 이민자 행렬(캐러밴)이 이어졌다. 처음엔 입국을 거부당한 좌절감을 표출하기 위한 평화 시위였다. 이민자들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국제 노동자”라고 외치며 국경을 향해 행진했다.

멕시코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세우고 저지에 나섰다. 캐러밴 수가 더 많았다. 말싸움과 몸싸움이 오가다가 무력시위로 격화됐다. 저지선이 뚫리고 이민자들은 국경을 가르는 철조망에 구멍을 내거나 타고 넘어가려는 시도를 강행했다. 갑자기 곳곳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헬리콥터에서 쏜 최루탄이었다.

이민자들은 재빨리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입을 막았다. 눈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면서 연기에서 멀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린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한 여성은 사람들에 떠밀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두 자녀는 옆에서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CNN과 BBC 등 외신들은 이날 미국 국경 수비대와 이민자들 간 충돌 상황을 담은 영상과 함께 “미국 국경수비 병력이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캐러밴에게 최루가스를 발포, 진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듯한 장면들이 방영됐다. 로이터통신은 “수천명의 이민자가 멕시코에 발을 들인 뒤 미국 국경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시위와 행진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산 이시드로 검문소 양방향에서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전면 폐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폐쇄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다. 미국 행정관리청(GSA)에 따르면 매일 7만대의 차량과 2만명이 산 이시드로 검문소를 통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입국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우리가 통제력을 잃게 되면 일정 기간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입구를 폐쇄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4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망명 신청자들 모두 멕시코에 머물 것”이라며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미국 땅에서 대기조차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에 “멕시코가 이민행렬을 우리 남쪽 국경에 도착하기 오래 전에 막아준다면 매우 똑똑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원래 그들의 국가에서 막아야 한다. 이건 그들이 어떤 사람들을 자국에서 내쫓은 뒤 미국에 버리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고 적었다. 커스텐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도 “미국 정부는 불법적 행동을 참지 않을 뿐더러, 안보를 이유로 국경을 닫는 일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정부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도발적 행위”라며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들은 즉시 강제 추방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이민자들 대다수는 온두라스 출신이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다른 중미 국가 출신도 섞여 있다. 폭력과 가난을 피해 미국 망명길에 오른 이민자 집단으로현재까지 약 5000명이 멕시코 땅을 밟았다. 이들은 미국 망명을 신청하고 티후아나 내 스포츠 경기장과 인근 지역에서 야영·노숙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산 이시드로 검문소가 하루에 100여건의 망명신청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민자들은 망명신청을 위해 수개월 기다려야 하고, 입국이 허용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태다.

이에 티후아나에서 캐러밴은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캐러밴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후안 마누엘 카스틀룸 티후아나 시장은 지난 23일 “이민자 5000명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를 선포, 유엔에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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