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민 기자
2014.10.20 20:00:24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 사고 관련 사망자 16명의 유가족과 이데일리, 경기과학기술진흥원 간의 보상 협상이 20일 새벽 사고 발생 57시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타결이 이뤄진 것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양측이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사고 발생 이후 행사 개최 주체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고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 19일 오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의 만남이 성사되면서부터였다.
곽 회장은 추락 사고 수습과 관련한 권한을 대책본부 측에 위임하기로 했고, 이후 대책본부는 협상 중재에 나섰다. ‘행사 주최가 누구인지’에 대한 공방은 중단하고 이데일리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진흥원)이 유족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밤샘 협상이 본격화됐다. 대책본부 또한 협상 테이블에 배석, 양측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힘을 보탰다.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다수 기자가 브리핑룸에서 철수한 가운데, 이날 오후 9시 30분께 유가족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했다. 유가족 측은 “성남시와 경기도, 이데일리, 유가족들의 협의가 파국으로 가는 상황을 기자회견으로 설명하려고 했는데 다시 타협점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밤샘 협상이 이어졌고 새벽 3시30분께, 사고 발생 57시간 만에 합의안이 전격 타결됐다.
한재창 유가족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의 신속한 수습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히 협상에 임해 준 이데일리와 진흥원, 대책본부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이데일리 학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금액을 확정해 합의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이번에는 (유가족들이) 많이 양보하고 상식에 입각해 법원이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액수는 나중에 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전했다.
보상금 ‘과실비율·소득’ 따라 양측이 극적 합의를 이루면서 보상 문제도 빠르게 해결 방안을 찾을 전망이다. 통상 법원 판례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무리한 추가 요구로 인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법원은 과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일반적으로 관리 책임이 있는 주체들의 과실 책임 비율과 피해자 과실 비율, 피해자들의 소득 등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한다.
그동안의 환풍기 사고 관련 판례를 보면 과실 비율을 놓고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1년 수원지법은 피해자 초등학생과 부모가 아파트 관리회사 등을 상대로 낸 손배소송에서 원고 40%, 피고 60% 배상 판결을 내렸다. 2012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한 사고와 관련해 관리업체에 배상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법원이 시공사 측에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어 법적 책임을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