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민화 기자
2014.09.16 20:02:15
[전문]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이데일리 e뉴스 김민화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자식 잃은 유족들을 `순수하지 않은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 근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야 원내대표들은 저와의 만남에서 이런 내용들을 담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약속했고 두 차례에 걸쳐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그 합의안이 두번이나 뒤집히고 그 여파로 지금 국회는 마비상태다”라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의 답을 기다린지 26일째 입니다. 그러나 정작 돌아온 대답은 여·야가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야합한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라며, 이는 그동안 진행해 온 국회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사이의 논의를 무시하고 2차 합의안으로 끝내라는 지시를 내리는게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님,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지난 5월 16일 면담 후 4개월 만에 저희들에게 답을 주셨군요. 오늘은 국회본청 앞 농성 67일 째, 광화문광장 농성 65일 째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후 154번 째 4월 16일입니다.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셨던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의 답을 기다린 지 26일 째입니다. 그러나 정작 돌아온 대답은 여·야가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야합한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삼권분립의 근간을 해칠 수 없어서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결단을 못하시겠다면서 2차 야합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결국 그동안 진행해 온 국회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사이의 논의를 무시하고 2차 합의안으로 끝을 내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닙니까?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 즉 진상조사위원회 내에 특별검사를 두는 것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229명 법학자들의 선언과 대한변호사협회의 법률검토를 통해 명백해졌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통령님께서 특정 정당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저희 가족대책위는 지난 세 차례 여당과의 면담을 통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청와대에 대한 공세가 두렵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제 대통령님과 여당은 거짓 이유를 앞세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회피하지 말고 국민 앞에 솔직해지시기를 바랍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2차 합의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고 국민 전체의 민생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심지어는 특별법이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특별법 논의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단 한 명의 국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국가, 마음 놓고 가족들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것 아닙니까?
유례없는 참사를 겪은 우리 유가족들은 유례없는 방법을 통해야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대통령님께서는 “국가개조”라는 말씀으로 화답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법체계, 외부세력 운운하면서 우리 유가족과 국민들의 정당한 외침을 호도할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 시 자료도 거의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민간인과 말단 공무원 몇몇에 대한 사법처리과정 및 결과를 내세우며 마치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선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개조”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했던 것입니까?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 이를 위한 유례없는 특별법의 제정만이 희생자들의 뜻을 헛되이 하지 않고 우리 유가족들의 여한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진정 국민 전체의 민생을 챙기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가장 먼저 제대로 된 특별법, 유가족과 국민들의 뜻을 온전히 반영한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십시오. 민생의 핵심은 안전과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민생이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야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나와 내 가족의 목숨도 지켜주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도대체 어느 국민이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어느 시민이 의무와 책임을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대통령님께서는 국회를 향해 하루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가족 피해보상처리를 위한 논의에 시급히 나서주기를 바란다고도 하셨습니다. 여당과의 면담에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김재원 의원도 빠른 배·보상 처리가 국회의원의 중요한 책무라는 이유를 앞세우면서 같은 말을 거듭 반복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 가족대책위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어렵게 마련된 이 자리는 진상규명을 가능하게 할 제대로 된 특별법 논의를 위한 자리라고. 자꾸 배·보상 문제를 들먹여서 우리 유가족들의 뜻을 훼손시키지 말라고.
그런데 오늘 또 대통령님께서 같은 실수를 하셨군요. 우리 유가족들은 단 한 번도 과도한 배·보상을 요구한 적도 바란 적도 없음을 이미 모든 국민들께서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특별법 논의가 제자리이고 진상규명은 제대로 출발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대통령님이 거듭 배·보상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돈으로 세월호 참사를 덮어버리고 우리 유가족들, 피해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인 것이 뻔하기에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과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절대로 배·보상 논의에 응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힙니다.
대통령님과 국회는 우리 유가족들의 진정한 바람을 아직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진상조사위원회에 특별검사를 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실질적으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고 우리 유가족과 국민들을 설득해 달라고 무수히 요청해왔습니다. 그러나 여당은 물론 대통령님까지 이러한 바람은 외면한 채 전혀 설득력이 없는 2차 야합안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세비를 반납하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에서 대통령님 자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유가족, 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버린 대통령님은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실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5월 4일에 팽목항을 방문하셔서 하신 대통령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그 날 우리 유가족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겠다며 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내놓은 말씀 중에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0명의 실종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습니다. 겨우 4개월여 만에 “무한한 책임”이 면제되었다고 착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국민 전체의 민생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는커녕 154일 째 매일 극심한 고통과 상처를 받으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먼저 챙기십시오. 그리고 이제라도 실종자들의 처참한 유해나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최고의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그것이 “국가개조”를 외치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최우선 책무입니다.
2014년 9월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