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 노리는 고려아연…자사주 2.4% 의결권 회복 가능할까

by김성진 기자
2024.10.17 15:49:20

자사주신탁 취득 후 1개월 후 처분 가능
연속 취득의 경우 마지막 계약 후 6개월부터
임직원 교부·우리사주조합 처분 등 예외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의결권 과반 확보 실패로 향후 벌어질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고려아연이 기존 보유한 자사주의 의결권 회복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신탁 계약을 연속으로 체결할 경우 마지막 계약일로부터 6개월간 자사주 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재 기존 보유한 자사주 중 일부 의결권 회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BK·영풍 연합(지분율 38.47%)에 지분율 4.42% 뒤처진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해야 한다.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로 지분 5.34%를 확보하며 확실한 우위에 서긴 했지만 의결권 기준 과반을 넘기지 못해 아직 승패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는 2.4% 수준이다. 자사주는 기업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갖고 있는 것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자사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의결권이 없다는 것이다. 자사주가 아무리 많더라도 주총에서 표 대결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사주 의결권은 제3자가 보유할 경우 다시 회복된다.



의결권 회복에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 8일(계약 종료는 11월 8일) 1500억원 규모(1.4%)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신탁계약을 국내 증권사와 체결하고 지난 7월 자사주를 모두 매입했다. 자사주를 회사가 직접 사들이지 않고 신탁계약을 통해 매수하는 경우에는 취득 후 1개월 후 처분이 가능하다. 이미 취득한 1.4% 자사주에 대해서는 12월 8일(계약 종료 기준)부터 우호세력에 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사주 취득이 연속으로 이뤄질 경우에는 마지막 계약일 기준 6개월 후부터 처분 가능하다는 금융감독원의 유권해석이 존재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 7일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는데, 1%의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공개매수를 진행해 현재 신탁을 통한 자사주 매입은 중단된 상태다. 이 계약을 마지막 계약으로 놓고 본다면 내년 2월 7일 이후에나 기존 자사주의 처분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2에는 자사주 처분에 대한 몇 가지 예외 사항들을 인정하고 있다.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으로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경우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경우 △채무이행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처분하는 경우 등 총 11가지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 한 주의 의결권도 소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