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퇴로 與 ‘수도권 중진’ 역할론…나경원·윤상현·안철수 전면 나서나

by이도영 기자
2024.04.11 16:11:34

한동훈, 정치 여지 남겼으나 재기에 시간 필요
수도권 민심 회복 못한 與, 122석 중 19석 그쳐
수도권 출신 간판으로 강력한 쇄신 필요성 높아져
나경원·안철수 등 용산 견제론 꺼내들어

[이데일리 이도영 김기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대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집권여당이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원톱’ 리더십이 부재한 집권당의 구원투수로 누가 등판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생환한 중진들은 일찌감치 당권 경쟁 잰걸음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한 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정치에 뛰어든 지 반년도 안돼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들며 당분간 여의도 밖에서 재기 타이밍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로 이미 비대위 체제였던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구성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당분간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의원총회를 거쳐 전당대회 또는 새 비대위 설치를 결정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당헌 96조 8항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의 사퇴 등 궐위가 발생할 때는 원내대표, 최다선 의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물러나고 전당대회를 치를 때까지 비대위 속 비대위로 가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거쳐 집권당 당권을 잡은 한 위원장이 결국 여소야대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자 정치 경험이 풍부한 중량급 인사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으로 나온다. 특히 집권 3년 차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에 분노한 민심이 확인되자 정부에 쓴소리 할 수 있는 친윤석열계를 배제한 중진들의 역할론이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참패하면서 수도권 인물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에 그쳤고, 22대 총선에서도 122석 중 19석을 차지하며 4년 동안 민심이 나아지지 않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영남 인사들은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라며 “수도권 비대위가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당권주자로는 5선에 성공한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과 권영세(서울 용산),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 의원, 4선에 오른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이 거론된다. 특히 윤 의원과 안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연대’를 맺으며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에 맞서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유력한 당권주자였으나 ‘초선 연판장’ 등 친윤계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으며 결국 당대표직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내 친윤계 이미지가 남아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총선 패배로 당장 전당대회를 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아닌 임기 6개월 이상의 ‘전권’을 쥔 비대위로 강력한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권주자들은 당권을 확보해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대권 주자 입지도 다질 수 있어 총선 패배로 가라앉은 당 분위기 속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안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께서 ‘이만하면 됐다’고 하실 때까지 정부·여당의 국정 기조 대전환과 낮은 자세로 혁신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부에서 의도하지 않게 민심과 거리가 있는 정책이나 인사를 하면, 당은 이것을 지적하고 더 좋은 대안을 내놓는 것이 건설적 당정관계”라고 힘줘 말했다.

나 전 의원도 SNS를 통해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과 입법부로서 감시와 견제의 의무를 모두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조금이나마 정치를 더 오래 지켜봤던 제가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겠다”고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