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가능한가요” 문의 2시간 뒤 극단선택…‘태움’ 간호사는 상고
by권혜미 기자
2024.01.29 16:51:40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후배 간호사에게 이른바 ‘태움’(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을 해 극단 선택으로 내몬 선배 간호사가 실형을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폭행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 측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6일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심준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검찰과 A씨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한 바 있다.
을지대병원의 ‘태움’ 사건은 지난 2021년 11월 을지대병원 소속 신입 간호사 B씨(당시 23세)가 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알려지게 됐다. B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B씨는 사망 당일 오전 직장 상사에게 “다음 달부터 그만두는 게 가능한가요”라고 물었으나 상사는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2시간여 뒤에 B씨가 숨진 것이었다.
B씨는 숨지기 직전 친한 동료와 남자친구에게 ‘태움’ 피해에 대해 호소했고,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업무 미숙을 이유로 B씨의 멱살을 잡고 동료들 앞에서 강하게 질책하며 모욕한 것이 파악됐다.
유족은 “B씨가 업무 과다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졌다”며 A씨 등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병원 측도 경찰에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을지대병원 내 간호사 등 의료인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1년 동안 퇴사할 수 없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할 수 없다’는 특약 조항 등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열린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경멸적 표현과 멱살을 잡는 행위 등 폭행 정도는 경미하지 않고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선고 때는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며 피해 보상을 위해 법원에 공탁한 점 등이 고려돼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