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에 '디지털세' 걷는다…2026년 시행 전망

by이지은 기자
2023.07.12 18:43:34

OECD·G20 IF 138개국, 디지털세 성명 발표
매출발생국에 과세권 부여…'필라1 어마운트 A' 합의
올 하반기 다자조약안 공개…발효는 내후년으로
삼성·하이닉스 포함될듯…"글로벌 조세체계 큰 변화"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구글, 페이스북 같은 다국적 기업이 본사가 있는 국가 뿐만 아니라 실제 수익을 올린 국가에도 세금을 내게 하는 ‘디지털세’ 제도가 2026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가 최종 합의돼 2023년부터 시행된다. (사진=AFP)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지난 10~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15차 총회를 개최하고 디지털세(필라 1·2)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IF는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을 통한 조세회피 방지 대책(BEPS) 이행 문제를 논의하는 143개국 회의체로, 현재 필라 1·2와 관련한 조치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성명문의 주요 내용은 △필라1 어마운트(Amount) A △필라1 어마운트 B △필라2 원천지국과세규칙(STTR) △이행 지원 등이다.

필라1 어마운트 A는 거대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하여 매출발생국에서 과세가 가능하도록 하는 원칙을 담고 있다.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이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제도는 다국적 기업이 매출과 소득을 얻는 국가라도 그곳에 사업장 등 고정 시설이 없으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서 공정한 과세권을 실현하기 더 적합한 기준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필라1 어마운트 B는 다국적 기업의 국제거래에서 정당한 거래가격(정상가격) 산출 방식의 표준화·단순화를 가능케하는 조항이다. 이를 통해 그간 빈번하게 발생하던 기업과 과세당국간 이전가격 과세 분쟁을 줄이고, 개발도상국의 정상가격 과세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제고해 기업들의 납세 협력 비용을 경감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필라2 원천지국과세규칙은 이자, 사용료 등 지급금이 수취국에서 9% 미만의 조정명목세율로 과세되면 소득을 지급하는 국가(원천지국)에 추가세액을 징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대상은 개발도상국으로 한정해 한국은 제외됐다.

회원국들은 필라1 어마운트 A에 대해 올 하반기 다자조약안을 공개하고 연말에는 IF 차원의 다자조약 서명식을 열 예정이다. 목표 시점인 2025년에 발효될 경우 빠르면 2026년부터 시행이 가능하다.

또 필라1 어마운트 B는 현재안에 대한 공청회를 오는 9월 1일까지 진행하는 등 연내 추가 논의를 지속해 내년 1월에는 최종안을 OECD 이전가격지침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행 시기는 각국의 입법 시기를 고려해 열어뒀다.

필라2 원천지국과세규칙은 원천지국으로서 개발도상국인 IF 회원국이 요청하면 이를 양자 조세조약에 반영하거나, 기존의 양자조약을 한꺼번에 개정하는 효과를 가지는 다자협약에 서명하면 이행이 가능해진다. 다자협약은 10월 2일 이후 서명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성명문은 글로벌 조세체계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6년에 걸친 다자 협의 끝에 IF 138개 회원국이 주요 내용에 대해 승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