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두세번 더 금리인상"…`비둘기`를 `매`로 바꾼 그놈의 `물가`

by최정희 기자
2022.05.26 16:12:30

"올해·내년 물가상승률 4.5%·2.9%…3년 간 목표 상회"
"기준금리 4번 인상하면 2년간 물가상승률 0.5%p 낮춰"
이창용 "성장보다 물가 부정적 효과 커…선제 대응 중요"
물가 5~7월 5%대로 고점 찍고 내년초까지 4%대 지속
JP모건 "내년까지 기준금리 네 차례 더 인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비둘기파(성장 중시)가 매파(물가 중시)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지난달 25일 취재진과 만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장기적으론 비둘기가 되고 싶다”고 밝히며 성장론자로서의 모습을 보였으나, 한 달여 만에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했다. 2008년(4.7%) 이후 14년래 가장 높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된다. 내년 물가도 2.9%로 전망돼 물가 상승률이 3년 연속 목표치(2.0%)를 넘을 전망이다. 한은의 제1 목표인 물가에 불이 떨어졌다. 이 총재는 7월, 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며 연말까지 두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2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1.75%로 높였다. 이날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됐던 전망이라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한은이 얼마나 물가 전망치를 높였나였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4.5%로 종전 전망(3.1%)보다 1.4%포인트나 올렸다. 시장 전망치(4.2%)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4월 이후 공개된 6개 전망기관의 물가전망치 4.0%(중간값)를 크게 웃돌았다. 4.6%를 전망한 ING와 유사한 전망이다. 내년 역시 물가상승률이 0.9%포인트 오른 2.9%로 예측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5~7월 월별 물가상승률이 5%대로 치솟아 올해 중반 고점을 찍은 후 내년초까지도 4%대 물가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2분기 107달러, 연말 99달러, 내년 90달러 중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가 가공식품 등 식료품, 외식 물가 등에 장기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도 올해 3.2% 오를 것으로 전망돼 2008년(3.6%) 이후 최고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이 총재의 메시지는 ‘지금은 성장보다 물가 잡을 때이고 아직까지 성장세는 이를 뒷받침한다’로 요약된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7%, 2.4%로 종전(3.0%, 2.5%)보다 0.3%포인트, 0.1%포인트 하향 조정했지만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에 비해선 하향 조정폭이 적었다. 이 총재는 “해외에선 성장의 하방 요인이 커지고 국내에선 상방 요인이 커져 전체적으로 성장세는 둔화되나 이 정도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을 상회한다”고 언급했다.

*4월 이후 나온 전망을 기준으로 함. 한국은행을 제외한 6개 기관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중간값은 2.6%, 4.0%.
(출처: 각 기관)




우크라이나 사태가 올 하반기까지 지속하다 연말 이후 점차 완화되고 중국이 하반기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역 봉쇄를 간헐적으로 이어갈 것이란 전제에서다. 최근 발표된 대기업의 투자는 전망치에 반영하지 않아 국내적으론 상방 요인도 잠재해 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세를 얼마나 잡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물가가 2년에 걸쳐 0.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날을 포함해 5번 인상했지만 4번 정도 올렸다고 치면 물가는 0.5%포인트(소수점 반올림 포함)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60조원에 가까운 추가경정예산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분도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추경이 성장률을 0.2~0.3%포인트 올리고 물가 또한 0.1%포인트 올린다”며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일시적이고 미시적인 지원이라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이를 고려해 금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 얼마나 금리를 올릴 것이냐로 모아진다.

이 총재는 7, 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특정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6월, 7월에 나오는 자료(5월 물가, 2분기 국내총생산, 미국의 금리 결정)들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함께 장단점을 비교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통화정책 방향에서도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고, 이 총재는 ‘당분간’이 ‘수 개월’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총재는 우선적으로 중립금리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높이겠다며 연말 기준금리 2.25~2.50% 수준이 합리적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명시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시장에선 2.25~2.50%로 중립금리를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이전보다 더 빨라질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존엔 7월까지 인상 후 10월 금리 인상이 종료된 것으로 봤으나 7월, 8월 인상이 단행된 후 10월 또는 11월 중 성장과 물가를 확인하면서 2.5%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7월, 8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4분기 추가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연말 금리는 2.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에선 내년까지 2.75%까지 올릴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통방 문구의 ‘당분간’이란 용어가 8월까지의 연속 인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7월, 8월, 10월 그리고 내년 1분기까지 총 네 차례 더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