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뭐가 문제인지 도무지 이해안가" 사과 거부...학생들 분노

by박지혜 기자
2018.03.19 16:46:39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강의 중 성폭력 폭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비하하고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지만 학생들에게 사과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저자인 하 교수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고발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교수는 이날 “대중 앞에서 인격살해를 당해 문학 교수로서 자존심 깊이 상처를 입었고 학생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강단을 떠나 다시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연 미투 폄하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하 교수는 지난 14일 강의 도중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언급하면서 “피해자도 욕정을 갖고 있었다”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대해서도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다. 얘(남자 주인공)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지난 19일 동덕여대 커뮤니티 등에는 한 재학생이 2016년 2월 하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하 교수가 논란이 된 자신의 뜻에 “변화없다”고 밝히자 그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야유를 보냈다

하 교수는 또 “소설가는 인습적인 도덕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내가 수업 중 한 말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시쳇말로 아직 철이 없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 학생들이 인간 사회 이치에 대해 이해한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몰려든 학생들은 그의 태도에 항의하며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한편, 동덕여대 측은 이날 오후 5시께 윤리위원회를 열어 하일지의 징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