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샀다니…” 여성복 반품률 80%…中 온라인쇼핑 이면[중국나라]

by이명철 기자
2024.11.15 10:53:09

“여성복 업계 반품률 80% 달해, 매장 비용 지출 어려움”
소비자들 “사진과 실제 제품 너무 달라, 믿고 살 수 없다”
반품 악용한 범죄자들 생겨나기도, 품질 제고 등 대책 필요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실제 옷을 받아보면 사진과 같은 게 하나도 없다. 똑같은 품질인데 플랫폼마다 가격 차이가 4~5배 나는 경우가 있는데 뭘 믿고 사야할지 모르겠다.”(온라인 쇼핑 소매자)

“요즘 반품 보험이 있어서 충동구매를 하고 무작정 반품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소비자는 반품이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우린 보험비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여성복 판매업자)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중국에서 온라인 쇼핑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11월 11일)도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효과는 없었지만 주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은 전년대비 매출이 증가했다고 저마다 홍보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세 이면에는 반품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는 물론 판매자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서는 ‘여성복 반품률이 왜 이렇게 높은가’를 주제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샤오홍슈 이용자는 “제품 원단이 좋지 않고 실물 색상은 완전히 다르며 사이즈도 너무 작거나 커서 불편하다. 사진은 과도하게 보정한 것과 달리 실물은 쓰레기 천과 같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실제 중국 현지에서 여성복 반품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현재 업계 반품률은 80%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여성복 판매업자는 제일재경 인터뷰에서 “반품률은 20% 수준에서 점차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70%에 달했으며 지난 겨울에는 80%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부 매장은 반품률이 90%에 육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높은 반품률은 매장 운영에도 영향을 준다. 중국 내 수백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판매업자인 하고하코, 서니난드 등은 올해 매장 폐쇄를 발표했다.

타오바오에 입점한 500만명 팔로워의 한 매장은 올해 5월부터 상품을 초저가로 판매한 뒤 배송 지연을 일삼았는데 알고보니 매장 임대료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태임이 밝혀졌다. 지금은 제품 배송도 차질을 겪는 상태다.



중국 광군제 당일인 11일 베이징의 징둥닷컴 창고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AFP)


반품·반송과 관련한 화물보험인 ‘옌페이시안’도 반품률을 키우는 요인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몇 위안 단위 소액을 미리 내면 무료 반품을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반품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화물보험은 판매업자도 부담하기 때문에 무조건 무료가 아니다. 한 판매업자는 “반품률이 높아지면 보험비도 증가하는데 1개 단일 제품에 대해 5위안(약 970원)이 책정될 수도 있다”며 “대형 판매업자들은 한달에 화물보험 비용으로만 수십만위안을 내곤 한다”고 토로했다.

화물보험을 들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반품도 줄고 서로 비용 부담이 낮아지겠지만 최근 무료 반품이 추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게 판매업자들의 지적이다.

반품이 증가하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00년대생인 샤오야(가명)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반품 정책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불법 이득을 취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8000위안(약 155만원)을 선고 받았다.

샤오야는 A 제품을 구매했다가 반품한다고 하면서 가격이 더 싸고 내용물도 다른 B 제품을 보내거나 반품 수량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13만위안(약 2500만원)의 이득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계정을 바꾸거나 다른 사람의 계정을 이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AFP)


반품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 네트워크경제학회 전자상거래연구센터 온라인 소매부서 이사 겸 선임 애널리스트인 모 다이칭은 제일재경 인터뷰에서 “높은 반품률은 운영비를 증가시키고 소비자 쇼핑 경험에도 영향을 준다”며 “판매자는 제품의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완벽한 사후관리(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