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지만"…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산넘어 산'
by신민준 기자
2021.12.29 17:56:03
공정위, 조건부 승인 내용 담긴 심사보고서 대한항공에 발송
일부 운수권·슬롯 반납에 고용 불안정 등 우려도
美·中·EU 등 승인 최대 관건…스페인·캐나다항공 승인 불발 부담
"정부·공정위, 대한항공과 함께 승인위해 노력해야"
[이데일리 신민준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 경쟁당국들의 결합 심사가 남아 있는 만큼 산 넘어 산이다.
특히 최근 EU에서 캐나다와 스페인의 항공사간 기업 결합을 잇따라 승인하지 않으면서 양사의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양사의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 결함 심사가 길어지거나 불발될 경우 업계에도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공정위가 이른 시일 내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29일 백브리핑을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부 승인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약 1년 만이다. 다만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대신 일부 운수권(정부가 배분하는 운항 권리)과 슬롯(공항 이착륙 시간)을 반납하는 조건을 달았다.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 1월 말쯤 전원회의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결합하면 발생하는 총 250개(계열사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 운항 노선 중 47%인 119개에서 독과점 등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했다.
업계는 운송권과 슬롯 반납으로 양사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사 통합 후 고용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항공 운행량이 기존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운수권이나 슬롯을 제한하면 양사의 운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 경쟁력 약화도 문제다. 국적 항공사의 운항횟수가 감소하면 편리한 환승 스케줄이 줄어들게 된다. 호시탐탐 환승 허브 기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인근 국가들의 허브 공항으로 환승 수요가 빠져나갈 수 있다. 인천공항의 허브 공항 위상 약화는 결국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중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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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주요국 경쟁당국들의 양사 기업결합 승인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EU에서 항공사들의 기업 결합 심사를 잇달아 승인하지 않으면서 양사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EU는 캐나다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셋, 스페인 항공사 아이에이지(IAG)와 에어유로파의 기업결함심사를 각각 승인하지 않았다.
기업결합심사는 양사 통합의 최종 관문이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 지분 63.9%)를 인수해 통합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따라서 관련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모두 완료돼야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고 추후 통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은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이 1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대한항공이 이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납입기일은 지난 9월에서 오는 31일로 연기된 상태다. 아직 주요국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납입기일은 내년으로 다시 연기될 전망이다.
현재 △태국 △필리핀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베트남 6개국이 양사의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8개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이다. 기업결합심사가 길어질 경우 업계 혼란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황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심사가 통과되지 못하면 대한항공으로부터 유상증자 신주인수대금 1조 5000억원을 수혈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3688%로 지난해 말 1343%와 비교해 약 3배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3대 1 균등 무상감자 결정으로 자본잠식 상태 가까스로 벗어난 상태다. 외부 자금 수혈도 현 상황에서 어렵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서 인수자금 1억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 4000억원을 각각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기업결합은 현 정부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공정위가 어떻게든 보조를 맞추려 할 것”이라며 “문제는 주요국이다. 주요국에서 승인이 불발되면 약 1년 간 시간을 끌며 진행해왔던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주요국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항공과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와 동시에 불승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플랜B를 마련해 추후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