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에 '자동차' 추가…쌍용차 신청할 듯

by이승현 기자
2020.06.15 15:20:03

금융당국, 항공·해운 이어 '車' 포함 추진
기안기금, 이번주부터 지원신청 접수 예정
마힌드라 철수의사에 지원명분은 더 약해져
은성수 위원장 "지원여부 말하기 어렵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자동차산업 지원을 공식화했다. 쌍용차는 일단 기간산업안전기금 지원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쌍용차의 최대주주가 경영권 포기를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실제 지원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은 이르면 이번주 공고를 내어 정식으로 지원신청을 받기 시작할 예정이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 11일 기금 운용규정과 채권발행 사안 등을 논의했고 오는 18일 기금 지원일정 등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이달 안으로 실제 기업지원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안기금 지원업종으로 항공과 해운으로만 규정돼 있다. 현재로선 대한항공이 지원 1순위로 손꼽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4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해줬다. 이 자금이 기안기금으로 이관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도 지원업종에 자동차가 포함되는 대로 기안기금 신청에 나설 전망이다. 쌍용차는 2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상생을 통한 자동차산업 살리기 현장간담회’를 열어 기안기금 1조원을 활용한 ‘(자동차)협력업체 지원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현재 산업은행법 시행령은 지원업종을 항공과 해운으로만 규정한다. 정부가 기안기금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소관부처(산자부) 의견을 수렴한 뒤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자동차산업을 지원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을 추가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연합뉴스 제공
다만 실제 지원을 받을 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상생을 통한 자동차산업 살리기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마힌드라 사장의 쌍용차 최대주주 지위 포기 발언에 대해 “기사만 봤고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인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대주주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힌드라는 지난 4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23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철회하고 4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만 지원했다. 이런 조치에 이어 나온 고엔카 사장의 발언은 철수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겨냥한 압박차원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 위원장은 7월 만기도래하는 900억원의 산업은행 채권 만기연장 여부와 기안기금을 통한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채권단은 기안기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쌍용차는 올 1분기 1935억원 순손실을 비롯해 1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한 만큼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다. 여기에 대주주마저 철수의사를 나타내면서 지원명분이 더욱 약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을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쌍용차가 갖는 정치적 상징성과 지역경제 파급력 등을 감안하면 정부로선 마냥 내버려두는 것도 부담이다. 쌍용차는 추가지원이 없으면 부도를 맞을 수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9일 “쌍용차를 재무적 관점에서 볼 건지 다른 파급효과까지 같이 볼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5일 경기도 판교 코리아에프티판교 연구소에서 열린 ‘상생을 통한 자동차산업 살리기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