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번 넘게 테스트"..세계 최초 양자보안 폰 칩 설계한 '비트리'
by김현아 기자
2020.06.11 15:30:54
SK텔레콤에서 2016년 5월 공동개발 제안 받아
4년 동안의 개발..플라스틱에서 메탈로 재질 바꿔
1mm 단위로 줄여라..까다로운 삼성 품질 기준 통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서 김희걸 비트리 CTO(부사장)이 QRNG(양자난수생성) 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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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자회사 IDQ(ID Quantique) 연구진들이 SK텔레콤분당사옥에서 ‘갤럭시 A 퀀텀’ 스마트폰과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을 테스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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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출시된 세계 최초 양자보안폰 ‘갤럭시 퀀텀(갤럭시 A71 5G)’.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가로 2.5 x 세로 2.5㎜)의 양자난수생성(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칩셋이 들어 있다.
현존하는 최고 보안 기술로 꼽히는 양자암호를 칩으로 구현하는 건 어떻게 이뤄졌을까. SK텔레콤과 투자회사인 양자암호 원천기술업체 IDQ, 삼성전자 품질팀 외에 칩 설계를 도운 회사가 있다. 2014년 만들어진 비트리(BTREE)라는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반도체설계자산(IP) 회사다.
11일 만난 김희걸 비트리 부사장(CTO)은 “2016년 5월, SK텔레콤에서 제안받았을 때 자신이 없었다”면서 “시제품(USB 형태의 플라스틱 패키지 제품)을 만들어 2016년 10월 동작이 된다는 걸 확인했지만 이번엔 재질이 문제였다”고 했다.
SK텔레콤의 제안에는 △순수 LED(발광다이오드) 광원만 이용할 것 △빛이 고르게 확산돼야 한다는 것 등의 미션이 있었다고 한다. QRNG는 패턴이 없는 예측불가능한(Randomness) 난수를 찾기 위해 빛의 알갱이를 이용한다. 스마트폰 속 LED 광원부에서 방출되는 빛이 CMOS(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 이미지센서의 각 픽셀(Pixel)에 골고루 잘 도달해야 순수 난수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LED 광원부의 빛 방출 세기와 CMOS 이미지센서의 픽셀 각도를 조절해 최적의 조건 값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김희걸 부사장은 “플라스틱 패키지를 쓰니 빛이 바깥으로 세고 녹아 패키지 개발부터 다시 했다”며 “메탈 패키지로 바꾸고 신뢰성 테스트, 고온·고압 다습에 견디는 조건을 만족시키려고 설계도를 바꾸는 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 현재 양산 중인 제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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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내 탑재를 위해 칩셋 크기를 매번 1㎜ 단위로 줄이는 것도 도전 과제였다. QRNG 칩셋에는 LED 광원, CMOS 이미지센서, 전력 어댑터 등 수많은 정밀 부품이 들어가는데, 크기를 줄일 때마다 모든 부품 설계를 바꿔야 했다. 김희걸 부사장은 “100만 번 넘게 테스트했다. 해커의 공격 포인트를 피하기 위해 일반 칩과 달리 QRNG는 많은 요소를 내부에 둬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결국 SK텔레콤과 비트리는 기존 칩셋 크기를 대폭 줄인 2.5 x 2.5 x 0.8㎜ 크기의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해 올해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갤럭시 퀀텀’이 탄생한 순간이다.
SK텔레콤은 IDQ 및 비트리와 함께 스마트폰 외에도 CCTV카메라 등 IoT(사물인터넷)기기,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다양한 QRNG 칩셋을 개발할 예정이다.
차세대 보안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은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고도화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