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채널개편 횟수, 왜 뜨거운가..3가지 논점

by김현아 기자
2020.03.20 15:33:58

①협상력에 영향..IPTV와 홈쇼핑간 최대 이슈
②힘센 PP들은 반대..중소PP들은 찬성
③소비자 혼란 줄이고, 콘텐츠 중심 생태계 원칙 지켜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현재 연 1회로 묶여 있는 채널 정기개편 횟수를 ‘조건부 연 2회’로 확대하는 내용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자 논란이다. ‘한 개의 채널에 대한 채널번호 변경 횟수는 연 1회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아 2회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리되면 IPTV나 케이블TV 회사들은 채널 묶음 상품을 구성하는데 과거보다 자율성을 갖게 되지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는 대부분 반대다. 특히 홈쇼핑 업계는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불리해질까 걱정하고 힘센 PP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반면, 중소 규모 PP들은 오히려 IPTV 등에 진입할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PP간에도 의견이 다르다”면서 “채널 정기개편 횟수 조정은 의견 수렴 단계여서 당장 결정할 이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채널개편 횟수가 무엇이길래 플랫폼기업(IPTV·케이블TV)과 콘텐츠기업(PP)간 논란이 뜨거운 것일까.

사실 유료방송 채널개편 횟수가 현재 1회에서 2회로 바뀔 때 가장 영향을 받는 곳은 IPTV와 홈쇼핑 업계다. IPTV와 홈쇼핑사들은 매년 채널 번호와 송출료 협상을 하는데, 홈쇼핑사들은 IPTV사들이 줄세우기를 통해 폭리를 취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홈쇼핑 입장에선 채널 정기개편이 연2회로 늘면 협상력이 줄어들까 염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홈쇼핑사들이 주장하듯 중소기업 판매수수료를 내릴 수 없는 게 IPTV 송출 수수료때문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약하다. 홈쇼핑사들도 공영홈쇼핑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CJ나 GS,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계열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 확산에 따른 경영손실을 송출수수료 탓으로 하는 것도 무리다. 다만, 정기개편이 연 1회에서 연 2회로 늘어나면 IPTV사들은 홈쇼핑 중 먼저 타결되는 곳부터 서비스가 가능해 협상 국면이 유리해지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채널 정기 개편 횟수 규제를 풀려는 것은 유료방송 생태계에서 플랫폼사들의 채널편성권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취지가 있다.

하지만 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PP협의회, 방송채널진흥협회 등 지상파 계열 PP나 CJ, 딜라이브 계열 등 힘센 PP들이 모인 협회는 반대 입장이다.

PP협의회는 “채널협상력 열위인 PP사업자의 현재 상황에서 개편이 1회에서 2회로 늘어나면 채널계약 지연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PTV사업자 등이 1회차 개편에서 필요한 사업자하고만 우선 계약하고 2회차 개편을 이유로 계약지연을 정당화하려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한국방송채널협회, 중소PP협회는 찬성이거나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했다. 이들 협회에는 중소PP들이 모여 있다. 박광섭 한국방송채널협회 회장은 “회원사들에게 설문 조사했더니 모두 정부 정책 변화에 찬성 의견을 냈다”면서 “힘센 PP들이 계약해야 이후에 중소 PP에 이뤄지는 관행을 바꿔 먼저 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종편의 경우 JTBC는 연 2회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 반면, 다른 종편들은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속에서 정부가 견지해야 하는 입장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잦은 변경으로 채널 번호가 바뀌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줘선 안된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단서를 달아 어느 정도 해결됐다. ‘한 개 채널에 대한 채널번호 변경 횟수는 연 1회를 초과할 수 없다’고 해서 특정 채널번호는 현재처럼 1년간 유지되는 것이다.

다만, 콘텐츠 중심 생태계를 만드는데 채널개편 횟수 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유통회사에 가까운 홈쇼핑사들을 콘텐츠 업체로 볼 순 없지만 콘텐츠를 잘 만드는 회사들(소위 힘센 PP)의 협상력이 이번 조치로 어느 정도 훼손되는지, 중소 PP들에 대한 기회는 얼마나 확대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유료방송 시장에 돈이 투자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광고규제 완화, 심의 규제 완화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