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커졌다”..車업계, 한미FTA 개정 합의에 ‘우려’

by피용익 기자
2018.03.26 14:39:25

픽업트럭 생산·수출 가능성 차단하는 결과
수입차 공세 속 안전기준 허용 쿼터 2배 확대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를 상당 부분 양보한 데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자동차 업계는 26일 이번 한미 FTA 개정 합의 내용에 따른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겠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잠재적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1년 완전 철폐되는 한국산 픽업트럭(화물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을 2041년까지 20년 더 늦추기로 하고,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차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를 기존 업체당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가 없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 물량은 1만대 미만이어서 안전기준 쿼터가 확대돼도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에 대해 “국내 업체 입장에선 앞으로 20년 동안 픽업트럭을 수출할 가능성이 아예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경우 라인 증설에 대한 부담이 생기고, 증설 없이 생산하려면 다른 모델 생산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 내 수요를 고려해 생산·수출을 검토해 왔으나,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관세철폐 기간이 늘어날 경우 계획을 접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안전기준 쿼터를 2배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 “최근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는 등 시장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시장 환경이 어려운 판에 잠재적 리스크가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미 간 합의 내용이 향후 다른 국가나 지역과의 협상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안전과 환경 분야는 우리나라 자동차제작사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 정부 규제인 만큼, 향후 우리의 산업경쟁력 정책과 규제정책과의 조화를 함께 고려해 우리나라 제작사에 대한 규제도 중장기적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재조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다만 양허관세율 조정, 원산지규정 강화 등의 우려가 해소된 데 대해선 “현행대로 유지되도록 선방한 정부의 협상 노력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