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도 경제도…‘강경파’가 장악한 美백악관

by방성훈 기자
2018.03.14 14:17:26

13(현지시간) 해임된 렉스 틸러슨(왼쪽) 미국 국무장관과 후임으로 선임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최소한 외교 및 경제 부문에선 보수·강경파 인사들이 미국 백악관을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소위 온건파로 분류되는 참모들이 다양한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떠나거나 쫓겨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자로 앉혔다. 이로써 틸러슨은 트럼프 행정부를 떠난 고위급 인사 명단에 20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A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약 1년 2개월 동안 백악관과 워싱턴DC를 떠난 참모진은 틸러슨을 포함해 고위급에서만 20명에 달했다. 특히 올 들어 지난 달 이후에만 10명의 핵심 인사가 자리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적 이견, 정치적 마찰, 아내 폭행과 등과 같은 개인문제까지 사퇴·낙마 이유는 각양각색이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캠프의 참모를 지냈던 배리 베넷은 최근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과) 언젠가는 끝낼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서도 조기 사퇴·낙마 등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를 끌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떠난 사람들과는 달리 남아 있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에 부합하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사들이라는 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틸러슨과 폼페이오에 대해서도 “사실 난 틸러슨과 별로 의논하지 않았다. 사이가 좋았지만 여러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다”며 폼페이오에 대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지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항상 마음이 맞고 케미스트리(궁합)이 좋았다. 그것이 내가 국무장관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는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무게를 뒀던 틸러슨과는 달리 강경론자로 꼽힌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축출이나 한반도 전쟁 가능성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폼페이오는 또 매일 아침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보 브리핑을 실시하는 첫 번째 그룹에도 속해 있다. CIA 국장이 매일, 그리고 직접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이유다.



폼페이오 선임으로 백악관 외교라인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등과 소위 ‘강경파’가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가 돌연 낙마한 것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사퇴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경제 부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최우선’ 보호무역주의에 뜻을 같이 하는 인사들만 남았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중국 등 무역적자국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 통상 강경파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관세 장벽을 주도하는 로버트 라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강경파로 분류된다.

친시장 성향의 골드만삭스 출신들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여겨졌던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를 비롯해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 디나 파월 NSC 전 부보좌관 등이 지난 해 사퇴했다.최근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 결정에 반기를 들고 물러났다. 이들 모두 한 때 골드만삭스에 몸을 담았던 인사들이다. 특히 콘 위원장의 사퇴는 그가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언론인 단체가 주최한 만찬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백악관을 떠나고 있지만, 진짜 흥분되고 고무적이다. 왜냐면 새로운 생각을 (지닌 사람이 들어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뒤집는게 좋다. 혼란이 좋다”고 말했다. 콘 위원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보수 성향의 경제평론가 래리 커들로에 대해서도 이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며, 그가 철강·알루미늄 수입관세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자유무역주의 옹호자임에도 “그의 견해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