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카드사 연말정산…대책은 '없다'
by김동욱 기자
2015.01.26 17:40:20
BC카드, 고속버스 사용분
교통비공제 적용 안돼
삼성카드, 통신단말기 대금
소득공제 대상서 누락
자료산출때 일정부분 수작업
사전에 오류잡을 방법 없어
법적 처벌 조항도 전무
[이데일리 김동욱 정다슬 기자]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 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사들이 잇따라 연말정산 오류를 내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오류는 카드사들이 소비자 민원을 받아들여 자체 재검증을 거친 끝에 확인됐다. 뒤집어 얘기하면, 카드사들이 연말정산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아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고객들로선 피해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카드사들이 다루는 연말정산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BC카드에서 연말정산 오류가 발생한 데 이어 삼성, 하나카드에서도 동일한 오류가 발견됐다. 이들 카드 3사는 전국버스운송조합연합회 등 6개 고속버스 가맹점에 대한 가입자의 카드 사용내역을 대중교통이 아닌 일반 카드 사용액에 포함시켜 국세청에 전달했다. 대중교통 결제액은 공제율(30%)이 신용카드 일반 공제율의 2배다. 대중교통 결제액은 일반 신용카드 결제금보다 공제율이 높아 카드사들이 별도로 구분해 처리하는데 이들 카드 3사에선 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들 3사에서 누락된 대중교통 금액은 900억원에 이른다. 총 270만명 분이다.
이들 카드사는 전산 입력 착오로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예컨대 후불 교통카드는 시스템상 카드결제금이 자동으로 대중교통비로 잡힌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업종에서만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대중교통 결제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6개 가맹점은 대중교통 업종인데도 일반 가맹점으로 분류돼 카드사들이 전산 입력 과정에서 대중교통 결제금을 일반 카드사용금으로 잘못 입력했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속버스 통합 가맹점에 속해 있던 이들 6개 가맹점이 지난해 독립해 카드사와 별도 계약을 맺으면서 가맹점 분류가 잘못 이뤄졌다”며 “이 작업은 사람 손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착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통신사 단말기 대금을 연말정산 자료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국세청에 통보했다. 특히 삼성카드는 지난해 연말정산 때 발생한 오류를 올해에서야 파악했다. 올 연말정산의 경우 12만여명이 단말기를 살 때 사용한 416억원이 소득공제 대상금에서 누락됐고, 지난해엔 6만7000여명에 이르는 219억원의 단말기 대금이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SK텔레콤을 통해 포인트 연계 할부서비스로 단말기를 산 가입자의 카드결제금을 통신료로 오인해 일반 카드사용금으로 분류해 오류가 났다”며 “지난해 소득공제를 받지 못한 부분은 이른 시일 내에 대책을 세우겠다”고 해명했다.
이번 연말정산 오류를 계기로 카드사들의 연말정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카드사들이 가입자의 연말정산을 위해 카드사용액을 일반, 대중교통비, 전통시장 사용금액 등으로 분류할 땐 어느 정도 수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가맹점이 일반으로 분류됐는데도 카드사가 사전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오류를 잡아낼 방법이 없다. 삼성· 하나카드가 똑같은 오류를 잡아낼 수 있었던 것도 BC카드를 계기로 자체 재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카드사가 국세청에 연말정산 자료를 넘길 때 스스로 점검을 강화해 오류 가능성을 낮추는 것 외에 시스템적으로 오류를 잡아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일부 카드사에서 연말정산 오류가 발생했지만 법적으로 이를 처벌할 조항은 없다”며 “다만 고객들에게 피해를 준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오류를 확인한 카드 가입자들은 소득공제를 제대로 받으려면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서 수정된 내역을 내려받아 직장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현재 이들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수정된 소득공제 확인서를 출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