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15.01.12 17:11:48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유류업계를 상대로 기름값을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기름값의 절반이 넘는 유류세를 건드려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라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유류세 인하는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류세 인하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유류세는 유가 변화에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유류세는 유가 등락과 상관없이 1ℓ당 교통에너지환경세(529원),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등 고정 세금에 부가세(세후 전체 가격의 10%)가 붙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휘발유 판매가 대비 세금 비중은 지난해 1월 49%에서 12월 말 56%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유류세가 이처럼 정량세 구조를 띠고 있기에 유가가 떨어졌다고 유류세를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칫 유류세를 올리거나 내렸다가 유가가 급변하면 세금 체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실제 지난 2008년 3월10일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국민 유가 부담 경감차원에서 유류세를 10% 인하한 이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유류세를 전혀 내릴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교통에너지 환경세는 정부가 기본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가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세법에 따르면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법정세율의 30%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이를 조정할 수 있다. 현재 휘발유는 기본세율 475원에 11.3%의 탄력세율을 적용해 529원의 교통세를 내고 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팀장은 “유류세 전반에 손을 대는 건 쉽지 않겠지만, 유류세 가운데 탄력세로 운영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탄력세율 조정이 검토 가능한 카드 중 하나이긴 하지만 실제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입장이다. 재정 수입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7% 정도로 이를 줄일 경우 세수 부족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를 10조∼11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어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실제 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해봐야겠지만 매년 세수펑크가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류세를 줄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