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 이해상충 논란

by피용익 기자
2019.03.12 13:54:48

"엘리엇 후보 문제 커..ISS, 이해상충 간과해 유감"
현대차그룹, 이사회 보강 계획 발표..“후보군 80여명 풀 운용”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현대자동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의 이해상충 문제를 제기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엘리엇 측 후보 일부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론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적합성이 떨어지고 경영간섭 우려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ISS는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엘리엇 제안 후보들에 찬성했는데, 이해상충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간과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달 맥귄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를 추천했다. 현대모비스에는 △로버트 크루즈 카르마오토모티브 최고기술경영자(CTO)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을 후보로 제안했다.

이에 대해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글래스 루이스가 엘리엇 추천 인물에 대해 모두 ‘반대’를 권고한 반면, ISS는 마거릿 S 빌슨을 제외한 전원에 ‘찬성’을 권고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될 경우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ISS가 찬성 의견을 제시한 현대차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와 현대모비스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의 경우 양사의 경쟁 업체에서 현재 근무 중이라는 문제가 있다.

로버트 랜달 맥귄이 회장으로 있는 발라드파워스시템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다.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경제 주도 전략이 경쟁사인 발라드파워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버트 알렌 크루즈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카르마의 CTO다. 올해 현대모비스는 카르마와 거래 관계를 확대할 예정으로, 후보자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할 경우 상호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한다.



이밖에 존 리우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력이 통신사업 부분에 집중돼 있어 자동차 관련 ICT 사업 분야에 대한 적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근무한 통신사의 경영 실적이 양호하지 않았다는 점도 거론된다.

루돌프 마이스터는 변속기 제조사인 ZF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로 애프터서비스(A/S) 부품유통사업에 치우쳐 모비스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 핵심 신기술 집중 전략과는 부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당 의안과 관련해선 ISS와 글래스 루이스 두 자문사 모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각각 보통주 1주당 3000원, 4000원을 각각 기말 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의 배당을, 현대모비스엔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지만, 의결권 자문사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률로만 단순 비교해도 회사측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특히 현금배당과 관련해 회사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찬성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총도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보강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먼저, 오는 22일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함으로써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AI 등 미래 기술과 전략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으로 계속 보강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현대차와 모비스가 최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존중 받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구비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켜 다양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경영에 반영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