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본격적 시황 회복 지연…후판 가격 인상 자제해달라"

by남궁민관 기자
2019.03.07 14:14:25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후판.이데일리DB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선박 주요 재료인 후판 가격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이하 협회)가 조선업계를 대표해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이후 두번째로 공식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가시적 시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다.

협회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계속되는 후판 가격 인상은 시황회복기에 있는 조선업계에 큰 부담”이라며 “조선소 경영이 정상화 될 때까지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조선업계의 가시적 시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후판 가격은 지속 상승해 조선업계에 이미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용 후판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5반기 동안 톤(t)당 30만원 수준 인상이 이루어졌지만, 올해 상반기 조선 시황 회복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철강업계가 또 다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특히 조선업계는 철강업계 주장과 달리 아직 조선 시황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7년 2800만CGT에 이어 2018년 3180만 CGT를 기록,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던 2016년 1340만CGT 이후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6년간 평균 발주량인 3725만CGT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조선업계 지난해 건조량 역시 전년 대비 27% 감소한 770만CGT를 기록했고, 수출액 역시 50% 급감한 212억달러 수준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낮은 신조선가 역시 조선업계 더딘 회복세 이유로 꼽았다. 협회는 “클락슨 선가지수는 지난 2014년 138, 2017년 123을 기록한 후, 올해 1월 말 현재 130으로 예상보다 상승속도가 느리다”며 “국내 조선업계 주력제품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2014년 말 9700만달러였던 신조선가가 올해 1월 말 현재는 9300만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거듭 부진한 시황을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다시 한번 후판 가격을 인상할 경우 조선업계 회생 의지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올해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후판 소요량은 510만t 내외로, 당장 상반기 t당 5만원 이상이 추가로 인상되면 조선업계는 2550억원에 달하는 원가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협회는 “선박의 수주에서 건조까지 1년 이상의 시차로 인해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가격 상승분만큼 손실이 발생한다”며 “선가 인상 등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의 부담을 넘어 생존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호소했다.

이어 “수주가 증가하면서 시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적정한 일감 확보를 통해 후판 가격 상승분을 건조 원가에 충분히 전가할 수 있으려면 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