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백 “고금리 장사 저축은행에 예보료 더 물리겠다”
by박종오 기자
2018.12.13 15:33:13
예보 사장 "예보요율 평가에 금융사 사회적 가치 노력 반영"
고금리 대출 취급하는 저축은행 보험료 더 내야
"예보료, 금융 정책 활용 적절치 않아" 지적도
|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 워크숍에서 내년 주요 업무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예금보험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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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내년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의 예금 보험료를 책정할 때 각 금융사의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소기업과 취약 계층 대출을 확대하는 은행에 보험료를 낮춰주고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등에는 보험료를 올려 받겠다는 것이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 워크숍에서 “앞으로 예금 보험료율 차등 평가 때 금융회사의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회사로부터 예금 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한 후 금융사가 영업 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줄 수 없을 때 대신 예금 보험금을 지급한다. 현행 예금 보험료율은 은행의 경우 예금 잔액의 0.08%, 보험·금융투자회사는 0.15%, 저축은행은 0.4%를 적용하고 있다. 공사는 이와 함께 1년에 한 번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수익성 등을 평가해 전체 3등급 중 1등급 회사는 보험료율을 5%(내년부터는 7%) 인하하고, 3등급 회사에는 5%를 올려 적용하는 차등 평가 제도를 운용한다. 예를 들어 1등급을 받은 은행은 예금 보험료율이 현행 0.08%에서 0.076%로 낮아진다.
위 사장은 “우선 “차등 평가 등급을 현재의 3등급에서 5등급이나 7등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차등 평가 제도는 전체 금융회사의 88.5%(2017년 기준)가 1·2등급을 받는 등 사실상 차별성이 없는 만큼 앞으로 평가 지표와 등급을 세분화해 실질적으로 금융사별 보험료율을 다르게 매기겠다는 것이다.
또 위 사장은 “차등 평가 제도를 통해 금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존 차등 평가는 금융회사의 자본 적정성, 유동성, 자산 건전성, 수익성 등 기본 평가에 80점, 재무 위험 관리 능력, 금융 당국 제재 현황 등 보완 평가에 20점을 부여하는 100점 만점의 절대 평가 방식으로 시행한다.
그는 “금융회사가 사회적 가치 실현이나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평가해 줘야 한다”면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수익성을 희생하면 그로 인해 예금 보험료율이 올라가는 손해를 입는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 사장은 금융회사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구체적인 사례로 중소기업·취약계층 대출을 확대하거나 신용 등급이 불리한 저소득층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일 등을 들었다.
특히 위 사장은 “저축은행의 경우 고금리 대출로 영업 실적을 잘 올리면 보험료 부담이 덜어지는 구조였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면서 “고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사회적 가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저축은행이 연 20%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로 많은 이자 이익을 얻더라도 낮은 점수를 부여해 보험료 할인을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사실상 고금리 장사를 하는 저축은행으로선 보험료를 더 내는 ‘벌칙’을 받는 셈이다.
위 사장은 “저축은행이 연 15% 안팎의 중금리 대출을 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라며 내년 차등 평가 체계 개편 후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상대로 중금리 대출을 많이 해준 금융회사는 거꾸로 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구체적인 평가 지표 개발 등을 거쳐 내년부터 금융회사 경영 실적 평가 때 사회적 가치 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다. 내년도 평가 결과는 이듬해 금융회사가 내는 예금 보험료 요율 산정에 적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공사 방침에 금융회사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은행 등 다른 금융 업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받아 요율 인하를 요구해 왔던 저축은행의 경우 거꾸로 요율 인상이 불가피해 불만이 더 큰 편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이나 부실 위험 등에 비례해 책정하는 예금 보험료를 취약계층 대출 확대나 금리 인하 유도 등 다른 금융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 사장은 “차등 평가는 지금처럼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안정성, 성장성 등을 주된 지표로 활용하고 사회적 가치 부분의 경우 보완하는 지표 정도가 될 것”이라며 “등급 확대 추진 과정에서도 금융기관 반발이 있겠지만, 업권과 소통하면서 계획을 착실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