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희나 기자
2014.08.26 19:26:04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삼성전자가 내달 출시되는 애플의 아이폰6에 D램을 공급한다. 그동안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틀어졌던 양사의 관계가 화해모드로 돌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배제하고선 대안이 없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9월 출시되는 아이폰6에 삼성전자(005930)의 20나노대 모바일 D램을 탑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전 모델인 아이폰5와 아이폰5S에서는 공급업체 명단에서 제외됐다. 양사가 치열한 소송을 벌이고 경쟁이 가열되면서 애플이 삼성전자 부품 물량을 줄인 탓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을 재개한 배경은 역시 기술력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나노대 모바일D램을 대량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대부분 이 제품이 탑재돼 있다.
애플이 아이폰의 가장 큰 경쟁자인 갤럭시와 비슷한 사양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안이 없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하반기 신규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모바일 D램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당장 내년부터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아이폰에 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러한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6에 탑재되는 20나노 AP 주문을 대만 TSMC에 맡겼지만, 내년부터는 아이폰7에 삼성전자의 제품을 탑재할 예정이다.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핀펫 공정을 적용한 14나노 AP칩 개발에 성공하면서 경쟁우위에 섰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애플에 모바일 D램 공급을 재개한 시점과 이달 초 양사가 미국 이외 지역에서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하는 등 관계 개선 조짐을 보이는 양상이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애플과의 관계 개선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등 미국 IT업계 거물들과 접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거대 수요처인 애플에 공급을 재개하면서 향후 반도체 부문의 실적 증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