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발전 5개년 기본계획 나올까…기본법 통과 ‘임박’
by김형욱 기자
2023.08.07 18:52:00
7년 전부터 준비해온 업계 숙원 법안
여야 의견일치로 9월 중 통과 가능성
정부 주도 산업 육성·디지털화 촉진
“이번엔 꼭 통과돼야” 업계 한목소리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회가 전기산업계의 숙원인 전기산업발전 기본법(이하 기본법) 통과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여야가 큰 쟁점 없는 유사 법안을 대표 발의한 만큼 올 9월 시작되는 정기회 회기 중 통과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기본법이 통과되면 하위 법령을 마련 후 전기산업발전 5개년 기본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야 의원 9명은 7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하고 여야 간 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공유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주영(더불어민주당)·이철규(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의 이재정 위원장과 여야 간사(김성원·김한정)가 공동 주최로 나서 법 통과 의지를 전했다.
| 여야 의원과 전기산업계 관계자가 7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연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형두, 이인선, 이철규, 김성원 의원(이상 국민의힘), 김선복 전기관련단체협의회장, 김주영, 홍정민, 이동주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사진=전기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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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은 전기산업계가 7년 이상 준비해 온 숙원 사업이다. 정부는 물이나 정보통신, 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선 일찌감치 기본법을 제정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연관 산업 육성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전기산업은 기본법 없이 국가 전력 수급에 초점을 맞춘 전기사업법을 중심으로 전기안전관리법, 전기공사업법, 전력기술관리법 등 개별 법률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정부가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세우는 15년간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사실상 전력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력산업계는 기존 법안이 산업 진흥이 아닌 규제 성격의 법안인 만큼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로 대표되는 전력산업의 빠른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호소해 왔다.
대한전기학회는 이에 2016년 법제도위원회를 발족해 기본법 제정을 논의해 왔다. 또 대한전기협회를 비롯한 전기산업계 16개 협회·단체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기본법 제정에 이르진 못했으나 지난 2019~2020년 20대 국회에서 이훈 전 의원이 이를 대표발의하며 국회 내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력산업계는 올 9월 시작하는 이번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의 통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2020년 7월 발의한 법안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전기산업정책심의위원회나 관련 협회 설립·운영 여부 등 세부안에 차이는 있지만, 기본법 제정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전력산업을 규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키워나간다는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주영 의원은 “전기는 모든 국민에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전기 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은 필수”라며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기본법에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전기산업 및 관련 법 전문가들도 기본법을 하루빨리 제정 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규제법제연구센터장은 “전기는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재화로서 4차 산업혁명으로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으나 전기산업의 체계적인 발전과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전기산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법적 근거와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왼쪽 3번째부터) 이종영 한국에너지법학회장(전기위원회 위원장)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에너지법 전문가가 7일 서울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전기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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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기는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종에너지 기준 20%, 1차에너지 기준 40%에 이르는 국가 경제와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하는 에너지원”이라며 “그 중요성을 고려하면 기본법 제정이 늦은 만큼 이제라도 빨리 법제화해서 지능형전력망촉진법이나 분산에너지활성화촉진법 등 관련 법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행 법안은 전기산업의 범위를 전기 생산·공급·이용 및 연관산업으로 한정했는데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타 산업과의 융합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남철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 나온 법안이 기본법으로 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 내용은 육성 정책법 성격이 강하다”며 “(법 제정 후) 기존에 있는 관련 법률을 모두 아우르는 일반법, 즉 명실상부한 기본법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진시현 전기협회 대외협력팀장은 “현 전기사업법은 1961년 제정 후 71차례 개정이 이뤄졌으나 전기 수급에 중점을 두다 보니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투영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기본법을 제정해 정부가 전기산업 발전을 위한 통일되고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정부는 애플이나 구글, 테슬라처럼 (우리 전기산업이) 첨단산업과 연계하지 않으면 (독점적인 송배전 및 판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조차 첨단산업 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미래지향성과 혁신을 담은 기본법을 제정하고 정부도 이에 맞춰 전기요금 규제 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철규 의원안에 포함된 협회 설립 조항에 대체로 찬성하면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진표 변호사는 “현재 전기산업 관련 협회가 많다보니 기본법상 협회 설립을 위해선 협회 간 미래지향적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이종영 한국에너지법학회장은 “기본적으론 한 산업에 하나의 협회가 활동하는 게 보통이지만 서로 의견이 다른 여러 협회가 조율해 나가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무부처로서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본법을 만들고 개별법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개별법이 먼저 만들어진 상황에서 만드는 기본법인 만큼 처음부터 모두 동의하는 완벽한 법안을 만드는 게 쉽진 않은 상황”이라며 “시작이 반인 만큼 일단 법을 제정한 이후 전기산업과 학계, 연구계의 의견을 모아 발전적으로 고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