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전격 사임…"재판집중·승계 포석"(종합)

by송승현 기자
2021.11.01 16:20:53

박상규 단독 대표 체제 변경…"이사회·대표 중심 경영 안정 노력"
재판 집중과 장남 최성환 총괄 승계 작업 몰두 전망도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최신원 SK네트웍스(001740) 회장이 전격 사임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사임을 놓고 재판에 집중하는 동시에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몰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네트웍스는 1일 “최 회장은 본인 의사에 따라 지난달 29일부로 당사와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며 “SK네트웍스는 현재와 같이 이사회와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과 미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의 사임으로 SK네트웍스는 최신원·박상규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박상규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최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다. 최 회장은 SK 전신인 선경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로 친형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2000년 작고한 후 사실상 총수일가의 맏어른 역할을 해왔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3월 SKC(011790)와 SK네트웍스, SK(034730)텔레시스 등 자신이 운영하던 SK그룹 계열사 6곳에서 약 223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최 회장이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에게 허위급여 지급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부실 계열사 자금 지원 등 명목으로 이 같은 돈을 횡령·배임했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4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구속기간 만료에도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재판으로 인한 경영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재판에 집중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특히 재판 지연 전략을 펼쳐온 최 회장 측에 대해 법원은 연내 변론 종결을 못 박은 상황이다.



설령 재판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흔을 넘긴 고령인 데다 SK그룹이 전방위적으로 지배구조 선진화를 외치고 있어 오너라는 이유로 회사 경영을 맡기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최악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따라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

기업 사건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재판 지연 전략을 펼쳐온 최 회장 측은 연내 변론 종결 공언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 상황에서 사임 발표는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재판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사임으로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의 경영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네트웍스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최 회장은 지난달 1일과 5일에도 보통주 5000주씩을 장내 매수해 지분율이 기존 0.83%에서 0.84%로 늘어났다. 최 총괄 역시 SK네트웍스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율을 1.82%까지 확보했다.

최 회장이 재판에 집중하기 위해 회장직을 사임을 한 만큼 사건이 병합돼 같은 재판을 받고 있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사건에 대한 분리 선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 회장이 조 의장과 공모해 SKC가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토록 결의해 SKC가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최 회장과 조 의장의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지난 9월 9일 공판기일을 통해 “당장 주 2회 기일로 해서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위적으로 병합했던 부분을 분리해서라도 선고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