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제약사 양극화..'접거나 키우거나'

by천승현 기자
2014.03.19 18:25:15

한화케미칼, 드림파마 매각 추진
아모레 등 대기업 제약사업 포기 속출..경쟁력 확보 실패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대기업들이 제약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약과 같은 차별화된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백기를 드는 셈이다. 이에 반해 왕성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는 업체들은 속속 성과를 내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케미칼(009830)은 자회사인 드림파마의 지분 매각을 추진중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996년 한화의 의약사업부로 시작한 이후 18년만에 사실상 제약사업의 매각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드림파마 매각 추진이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드림파마는 대기업 계열 제약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드림파마는 ‘푸링’, ‘푸리민’ 등 향정신성 비만치료제가 간판 제품이며 주로 복제약(제네릭)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다. 지난 2012년 매출은 855억원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최근 자체개발한 골다공증 개량신약 ‘본비바플러스’를 다국적제약사 로슈에 공급키로 하는 성과를 내놓았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업체들에 비해 신약개발 성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1년에는 800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되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드림파마가 아닌 한화케미칼이 담당하면서 그룹내에서 드림파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의 드림파마 매각 추진으로 대기업들의 제약사업 포기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002790))이 태평양제약을 한독에 매각면서 제약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2011년 롯데제과도 롯데제약을 흡수 합병하면서 의약품 사업을 접었다.

의약품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지목하고 과감하게 뛰어들었지만 시장에서의 참패를 인정하고 철수를 선언하는 셈이다. 최근 제약산업은 약가인하, 리베이트 감시 강화 등 규제 강화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는 추세다. 드림파마와 태평양제약의 경우 중장기 성장을 이끌만한 차별화된 신약을 배출하지 못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두 업체 모두 리베이트로 적발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반해 활발한 연구개발 투자에 매진한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은 점차적으로 결실을 맺는 분위기다. SK케미칼(006120)은 이날 세계 최대의 백신 업체 사노피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의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만 2300만달러를 챙겼다. SK케미칼은 천연물신약 조인스, 항암제 선플라주,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 등 3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LG생명과학(068870)도 두 번째 자체개발신약 ‘제미글로’를 사노피아벤티스 등을 통해 102개국에 수출을 예약한 상태다. LG생명과학과 SK케미칼 모두 매출 대비 1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해야 하는데 적극적인 투자 없이 단기 수익만 추구하면 대기업이라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