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인력 수급 과학적 논의" Vs 의료계 "사과부터..불참"(종합)
by이지현 기자
2024.09.30 17:10:18
정부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세부 구성방안 공개
의료계 과반 양보 3주간 의견 수렴 올해 내 출범
의료계 "정부 정책 철회부터…참여 불가" 고수
[이데일리 이지현 박태진 기자] 의-정 갈등의 기폭제였던 ‘의료인력 수급’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나갈 위원회가 올해 내 출범한다. 정부는 위원 절반 이상을 의료계에 양보해 논의가 정부주도로 흐르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에도 “정부 잘못된 정책 철회·사과 없인 의사인력 추계기구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출범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등의 세부 구성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8월 30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으로 발표한 바 있는 의료인력 수급추계 논의기구와 관련한 후속조치다. 수급추계 논의기구는 △추계모형 도출, 추계결과 등을 논의·검토하는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직역별 의견을 제시하는 ‘직종별 자문위원회’ △최종 정책결정을 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로 이뤄진다.
| 서울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의료진 부족으로 응급환자 위주의 의료체제로 운영됩니다’ 라는 문구가 안내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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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수급 추계위원회는 중장기 의료수요 등을 고려한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전문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다. 수급추계 모형, 변수, 데이터 등 추계방식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추계를 실시한 후 추계결과와 정책제안을 정책 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의사, 간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직종별로 각각 설치하되 이번에는 1차년도 추계대상 직종인 의사, 간호사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먼저 구성한다. 직종별로 설치함으로써 해당 직종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충분히 참여하고 수급추계 시 각 직종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할 예정이다.
직종별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는 총 13인으로 구성하되 해당 직종 공급자 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인으로 과반수가 되도록 한다. 나머지 6인은 환자단체·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추천 전문가 3인, 관련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특정 직역에 속하지 않은 연구기관 추천위원 중에서 위촉한다. 이를 통해 위원회 운영의 안정성·전문성·중립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공급자 단체 추천 전문가는 해당 직종 단체별로 2명 이상 폭넓게 추천을 받아 인력풀을 구성하고 전문성 등을 고려해 7명의 위원을 위촉한다.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1차년도 추계 대상이 아닌 직종의 관련 단체에도 위원 추천을 함께 요청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위원추천은 10월 18일까지 3주간 진행되며 위원 위촉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조규홍 장관은 “여야의정협의체의 경우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협의체”라며 “의개특위의 경우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장·단기 의료개혁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기구다. 의료 공백 해소와 의료개혁은 긴밀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협의체와 특위는 상호 보완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를 향해 “여야의정협의체와 의개특위에 참여해 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분명한 입장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을 비롯한 의사단체 등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는데 이번에도 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자료를 통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 철회·사과 없인 의사인력 추계기구 참여가 불가하다”며 “정부의 분명한 입장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협의에 임할 수 있도록 분명한 입장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든 논의에 참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조 장관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의 경우 대학입시절차에 들어가 있어 재논의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협의체가 가동되면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26학년도 정원부터 재논의가 이뤄질까.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확답하지 않았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위원회가 출범하지 않아 현재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의료계가 수급추계기구에 참여를 해서 합리적인 안을 내준다면 충분히 논의해서 2026년도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단체에서 추천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의사 공급자 단체 10곳, 간호사 공급자 단체 8곳, 치과의사 공급자단체 4곳, 한의사 공급자단체 3곳, 약사 공급자단체 3곳 등에서 위원 추천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의사 공급자단체로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전대학원학생협의회 △대한병원협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대한중소병원협회 등이 제시됐다. 복지부는 이들 협회에 2명 이상의 위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결국 10개 단체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위원을 추천을 한다면 위원회는 성원이 가능해진다.
조 장관은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수급추계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만큼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