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고위간부 "수사권 박탈, 동전 양면 분리하겠단 발상"
by한광범 기자
2022.04.22 20:00:10
김후곤 대구지검장, 박병석 중재안 조목조목 비판
"선거 코앞에 두고 선거범죄 수사 못하면 대혼란"
"증권범죄합수단 폐지 후 범죄자 활개…반복될것"
|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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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검찰 고위 간부가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해 “수사·기소 분리는 모순”이라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여야의 검수완박 합의문 8개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지검장은 우선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는 1항에 대해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할 수 없는 것을 분리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아있는 금융범죄, 자본시장교란 범죄 등에서 수천 건의 디지털증거를 분석하고 계좌와 회계장부를 분석하고, 수백명의 사건 당사자를 조사한 수사 검사가 공판에 참여하지 못하면 공소유지가 가능하겠나”고 반문했다.
김 지검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대상 중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삭제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선거범죄는 시효문제, 복잡한 법리문제 등 수사가 어렵고 실수도 많은 범죄”라며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수사를 못하게 하면 그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또 “대형참사도 원인을 찾는데도 고도의 법리가 필요하다. 검경이 수사 개시부터 합동으로 수사하도록 하면 효율적”이라며 “검사가 경찰서에 파견 나가 끝날 때까지 밤새 법리를 검토도 하고 증거분석도 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송치 이후에나 사건의 실체를 살펴봐야 한다면 국민적 관심사인 참사 원인을 찾아내 억울한 피해자들의 원혼을 풀어주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지적했다.
김 지검장은 직접 수사 총량을 줄이기 위해 반부패수사부를 감축하도록 한 3항에 대해서도 “지금의 부패수사 총양과 현재 검경의 부패수사능력을 분석해 공백이 없도록 치밀하게 계산해 나온 중재안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이 없어지자 주가조작사범, 시장교란사범들이 별짓을 다하고 있다고 해 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다시 만들지 않았나”며 “‘지금이 바로 주가조작의 적기’라는 범죄자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강력 성토했다.
이어 ‘별건수사’ 금지를 이유로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범죄 단일성·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하도록 한 4항에 대해선 수사 실무에 벗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지검장은 “형사부 검사들의 보람은 단순히 한 명짜리 사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피해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조직적 사기 또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밝혀내는 것”이라며 “단일성, 동일성을 따지다가 증거가 인멸되고 범인은 해외로 도망가도 우리 국민들이 법을 잘 만들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형 FBI(미 연방수사국)’를 표방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을 추진하고 이후 검찰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도록 한 5항에 대해서도 “미국의 FBI, DEA(마약수사국) 등과 같은 특별수사기구 도입 여부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있었나”고 반문했다.
김 지검장은 “이 경우에도 앞으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하는 미국의 구조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냐”며 “그렇다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도록 한 1항의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갖되 특별수사청을 설립해 권력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찰에서 연구해 내놨을 때 헌신짝처럼 걷어찬 분들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구를 설치하고 운용을 제대로 하기 위해 검찰, 경찰, 증권거래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 등의 인력, 예산, 노하우를 합치는 작업이 윤석열정부 5년 내내 해도 겨우 완성될지 모르겠다”며 “6개월 내에 이런 거대 작업을 끝낸다고 하는데 또 어떤 그림이 나올지 기대된다”고 꼬집었다.
검수완박법 시행 시점을 ‘4개월 이후’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 경찰에 선거사건을 대충 넘기면 경찰에선 곡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혼란을 방지할 묘책이 국회 본회의 통과 전 1주일 내에 꼭 나오길 기대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출신의 특수통인 김 지검장은 문재인정부에서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공판송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재직 시절 국회에서의 1차 검찰 개혁 논의에 참여했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준비단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