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빨대까지 훔친 여직원, 스토킹 신고하자 ‘여성혐오’ 낙인”
by송혜수 기자
2022.01.27 14:54:52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같은 직장 여직원에게 지속적인 성희롱과 스토킹을 당한 남성이 오히려 여성 혐오자로 낙인찍혔다는 억울한 사연이 공개됐다. 피해 남성은 이로 인해 극도의 불안 장애와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체중도 10㎏ 넘게 빠졌다고 했다.
| 회사 여직원에게 성희롱과 스토킹을 당한 남성이 오히려 여성 혐오자로 낙인찍히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유튜브 채널 성인권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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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의 주인공인 피해자 A씨는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성인권센터’를 통해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며 여직원 B씨에게 당한 스토킹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초 A씨에게 마음을 고백했던 B씨는 거절당한 이후에도 주말과 새벽 가릴 것 없이 A씨에게 지속적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또 A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배경음악이 바뀔 때마다 ‘나에게 하는 이야기냐’라며 연락을 보냈다.
여기에 더해 B씨는 A씨가 사용하던 빨대를 몰래 가져가 자신이 사용하기도 했다. 불쾌감을 느낀 A씨는 B씨에게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그의 집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A씨를 미행해 집 근처까지 따라가기도 했다.
결국 참다못한 A씨는 B씨에게 “나 정말 죽을 거 같은데, 네가 그만 해줘야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해주면 안 되겠느냐”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B씨는 A씨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날 회사를 조퇴했다고 했다. 이에 다른 직원들은 B씨에게 위로를 건넸다.
A씨는 “어떤 일이 있는지 알면서도 동료들은 B씨를 위로해주더라”라며 “‘저 사람이 위로받을 상황이 맞는 건가? 내가 가해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계속된 스토킹에 A씨는 극도의 불안 장애에 시달리다 결국 의료기관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괴로웠다는 A씨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체중이 10㎏ 넘게 빠졌다고도 전했다.
이후 해당 사실을 알게 된 또 다른 직장동료가 직장 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이를 제보했고 고충위는 자체 조사를 거쳐 A씨의 성희롱 피해를 인정했다. 이로써 상황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회사는 돌연 A씨에게 전출 인사 명령을 내렸다. 다만 A씨의 항의에 회사는 기존 근무지로 재발령했다.
| 회사 여직원에게 성희롱과 스토킹을 당한 남성이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해 나온 조사 결과에서 회사는 성희롱 피해를 인정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성인권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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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에 대한 인사징계위원회도 열렸지만 인사위는 B씨의 해명만 들을 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를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혐오감을 가진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갔다.
A씨는 “증거까지 다 있는데 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되는지 모르겠다”며 “(가해자가)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놨더라. 제가 피해의식과 여성혐오가 있는 사회 부적응자라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거라고 하더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사라져서 편해지고 싶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성인권센터는 “여성가족부 장관님. 항상 여가부가 여성만을 위한 부서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데 그 말의 진정성을 보일 기회가 왔다”라며 “정말 여가부가 남성의 피해에도 적극 나서는 부서라면 행동으로 보여달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토킹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심각한 범죄”라며 “피해자는 남녀를 가리지 않지만, 대부분 언론이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만 다루고 있고 상당수 사람들은 남성이 스토킹을 당한 경우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유난떤다며 되려 비난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접근하거나 일상적 생활 장소에서 지켜보는 행위, 우편이나 정보통신망을 통해 글이나 영상을 보내는 행위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해 피해자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이 같은 행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