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요소수 대란` 온다…공급망 컨트롤타워 구축할 때

by문승관 기자
2021.11.08 16:59:46

중국 등 쏠림 완화할 공급망 다변화 절실
희소광물 신규광산 프로젝트 관심 필요해
중장기 걸친 체계적 정책 방안 마련해야
관세·세제혜택 등 자급화 여건 조성 필요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디젤(경유) 차량에 주입하는 요소수 품귀 대란을 둘러싸고 정부의 늑장대처와 공급망 관리 허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안보에 구멍이 뚫린 셈인데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뿐 아니라 마그네슘과 희토류, 리튬 등 필수 원자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수입선이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범용 수입품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31.3%)에 이르렀다. 수입선이 막히면 제2 요소수 대란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필수 원자재의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경유 차량 배기가스를 정화하는데 필요한 요소수가 최근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물류대란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 다변화와 정책적인 지원, 장기적인 수급 안정화 대책 등 정부의 삼박자 대책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했다.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갈수록 강해지는 자국 중심주의화에 마그네슘이나 리튬, 희토류 등 산업 필수 품목에 대한 자급구조를 만들고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공급망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희토류,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전략품목에 대해 공급망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원료 광물과 소재·부품, 최종 생산물 단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각 부문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장기 구매계약 지원과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우리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다변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관세 인하나 세제 혜택 등 자급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발 원자재 공급 이슈는 어느 분야에서 먼저 터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산업·에너지 외교 차원에서 이를 강화하고 통제하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이 같은 일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8월 정부가 지정한 희귀금속광물 35종(자료=산업통상자원부)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중국이나 일본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가격경쟁력 면에서 다소 떨어지더라도 필요하면 정부가 그걸 보완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공급망 관리를 하면서 수입처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국내에서 생산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일이 필요하진 않다”면서 “문제는 정책적 지원이 없어 기업 등 민간 차원에서 요소 등을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정부가 관세 인하라든지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면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축된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정부와 공기업, 민간이 협력해 위축된 해외자원 개발을 핵심 광종 위주로 다시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도 “우리가 희소광물에 대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면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 직접 확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