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망? 모르죠"…美 '밈' 주식 깜깜이 투자 주의보

by김정남 기자
2021.06.03 16:03:05

AMC 주가, 하루 만에 95.2% 또 폭등
사업 대비 주가 높다는 판단에 공매도 몰려
레딧서 모인 개미들, AMC 또 집중 매수
블랙베리, 베드배스&비욘드 덩달아 폭등
'역대급' 유동성 탓 예측 불가능한 투기판
"월가에 맞선다는데 과몰입 하지 말아야"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보겸 기자] 그야말로 ‘광란의 투기판’이다. ‘레딧 개미’의 진격에 일부 밈(Meme·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오르는 종목) 주식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영화관 체인 AMC의 주가는 올해 들어 3000% 이상 올랐다.

이는 올해 초 게임스톱 사태와 똑같다. 월가 기관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행태에 반발하는 개미들이 공매도 타깃이 된 회사 주식을 집중 매수하며 전쟁을 벌인 사태가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팬데믹 이후 돈이 시장에서 넘쳐나자 투자자들의 투기적 성향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AMC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95.22% 치솟은 주당 62.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2.62달러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상승률만 3011.94%에 달한다. 거래량 자체가 ‘역대급’이다. 이날 AMC 거래량은 7억6000여만주를 기록했다. 게임스톱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월 27일(12억2234만2500주) 이후 최대치다. 통상 많아야 하루 4000만~5000만주가량 거래됐다가, 지난달 말부터 갑자기 거래량이 확 늘었다.

올해 초 게임스톱때와 동일한 양상이다. 영화관 체인 AMC는 팬데믹 이후 손님이 끊겨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주당 2~4달러가량 했던 AMC 주가는 올해 1월 게임스톱 사태 당시 10달러대로 오른 뒤 횡보했다. 그러자 공매도 세력이 몰려들었다. 사업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높다는 판단에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아이호 두사니스키 S3 파트너스 매니징 디렉터에 따르면 이날 AMC의 유통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량은 20.19%를 기록했다. 미국 내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비중이 높다.

공매도 세력들이 AMC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역습을 통한 대박을 노린 개미들은 주식 토론방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등을 중심으로 또다시 뭉쳤고, AMC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는 “모든 재산을 AMC에 넣었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올해 초 기관과 개인간 전쟁 양상으로 번진 게임스톱 사태와 같은 흐름이다. 공매도 헤지펀드와 개미간 ‘쩐의 전쟁’에서는 AMC의 사업 구조와 미래 전망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AMC 주가는 전날 헤지펀드 머드릭 캐피털이 자사 보통주 850만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직후 차익 실현을 위해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에도 개미들의 화력에 폭등세를 멈추지 않았다.



AMC는 이날 개인 주주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주가에 불을 질렀다. ‘AMC 인베스터 커넥트’ 플랫폼을 신설해 주주들에게 공짜 혹은 할인 이벤트, 특별 상영관 초청,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애덤 애런 AMC CEO는 “투자자들과 자주 소통할 것”이라며 “올해 여름 AMC 극장에서 첫 영화를 보는 고객에게 무료 팝콘을 주는 등 특별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했다.

게임스톱도 이날 13.35% 오른 282.2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100달러 중반대였으나, 다시 폭등하고 있다. 블랙베리(32.09%), 베드배스&비욘드(62.11%) 등의 주가 역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높은 변동성에 따른 위험 부담에도 개미들이 밈 주식에 열광하는 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유동성이 역대급 수준으로 넘치다 보니, 예측이 불가능한 국지적인 폭등장이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주요국 정부의 규제 탓에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할 즈음부터 밈 주식은 뛰기 시작했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번 AMC 사태가 또다른 희생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스위스쿼트뱅크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이 똘똘 뭉치면 이런 현상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가격이 오를수록 차익을 얻고 빠지려는 유혹은 커진다는 점”이라고 했다.

전례없는 밈 주식 광풍에 전문가들은 큰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이럴 때일수록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인 베터먼트의 댄 이건 행동재무 담당 이사는 CNBC에 밈 주식 투자 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목표 가격에 도달하면 미련없이 팔고 나오라고 조언했다.

이건 이사는은 “종종 사람들은 주식이 목표 가격대에 도달하면 ‘더 오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며 “순간의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동 매도를 걸어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가 기관들에 맞선다는) 개미들의 반란에 대한 과몰입을 경계해야 한다”며 “다른 투자자들과 계속 소통하며 특정 종목을 끌어올리는 건 신나는 일이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개미들의 반란) 주동자들은 팔기 전에 당신에게 말하지 않는다”며 “주식이 잘 되면 하락 폭과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는 걸 명심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