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로 재조명받는 삼성家 안주인 홍라희
by신민준 기자
2020.11.03 14:58:58
수원 장지와 흰색 상복 등 결정에 역할 커
"이건희 동반자이자 삼성가 안주인 역할 훌륭"
향후 상속 문제 등 관련 행보도 관심사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재계의 거목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배우자이자 삼성가(家)의 안주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고 이 회장의 장지 결정 등 장례를 주도하면서 안주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향후 삼성가 상속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홍라희 전 관장의 역할이 적잖을 것인 만큼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영결식이 지난달 28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가운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가운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첫번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첫번째) 등 유가족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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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향년 78세의 일기로 별세한 고 이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이 같은 달 28일에 진행됐다. 이 회장의 장지를 두고 애초 용인 에버랜드 선영과 수원 선영이 거론됐다. 용인 에버랜드 선영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홍 전 관장의 뜻에 따라 수원 선영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 에버랜드 선영이 거론된 이유는 부친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모친 박두을 여사가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원은 고 이 회장이 일군 반도체사업에 대한 평생 노력과 열망이 깃든 곳이다. 홍 전 관장이 고심을 거듭하다 고 이 회장이 큰 애정을 보였던 수원 선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현재 삼성디지털시티로 불리는 수원사업장에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며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단 한 차례도 본사 주소지를 바꾸지 않았다. 고 이 회장의 애정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홍라희 전 관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입었던 흰색 상복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대부분의 영결식과 발인에서 흰색이 아닌 검은색 상복을 입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홍 전 관장 등이 흰색 상복을 입은 것은 ‘백의(白衣) 민족’으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 전통 상복을 강조하기 위해서 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은색 상복과 상주의 완장은 일본식 문화라고 전해지고 있다. 홍 전 관장은 2013년 친정어머니 김윤남 여사가 별세했을 때도 흰 상복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 회장의 별세로 인한 삼성가 상속 문제에서도 홍 전 관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주식 재산만 18조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지난달 23일 기준)은 18조2251억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장은 △삼성전자(005930)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018260) 9701주(0.01%) △삼성물산(028260)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032830)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회장의 유언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법정 상속률에 따라 배우자인 홍 전 관장이 상속분이 4.5분의 1.5로 가장 크다.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4.5분의 1씩이다. 홍 전 관장은 상속예정 지분 외에 삼성전자 지분 0.9%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성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10조원을 넘는다. 재계에서는 삼성 계열사 주식 배당 확대와 지분 매각,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관장의 뜻에 따라 보유 지분과 자산 등을 활용,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홍 전 관장은 고 이 회장의 동반자이자 삼성가의 안주인으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오고 있다”며 “이 회장 영결식과 발인 때 이부진 사장을 부축하는 등 마지막까지 가족을 추스렸다”고 말했다. 이어 “3세 경영 시대가 본격 개막한 가운데 앞으로도 홍 전 관장의 역할은 막중할 것”이라며 “상속세 문제를 비롯해 사법·입법리스크 등 삼성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