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막아라'…대책 마련 분주한 車·배터리업계
by이다원 기자
2024.08.13 16:39:59
완성차, 배터리 정보 공지하고 무상 점검
전기차 신차 출시 시점부터 정보 제공할 듯
K-배터리, 안전성 강화 기술 집중 개발
BMS 등 안전 기술 채택하며 신뢰성 강화
[이데일리 이다원 하지나 기자]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자동차·배터리 업계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선제적으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전기차 무상 점검에 나섰다. 배터리 기업들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화재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을 대폭 적용할 예정이다.
| 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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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EQE 차종을 포함한 전기차 8개 차종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본사 정책을 이유로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던 데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벤츠 코리아는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모든 벤츠 전기차 배터리 팩은 벤츠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서 생산하며 배터리 셀은 벤츠의 다양한 제조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벤츠는 국토교통부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EQE에 대한 전수 점검 특별 권고를 받아들이며, 14일부터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벤츠 전기차에 대한 무상 점검을 실시한다.
이처럼 완성차 업계는 정부 권고에 앞서 자사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 정보를 자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005380)·제네시스, 기아(000270) 등 자사 전기차 전 차종의 배터리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선제적으로 알린 바 있다. 나아가 현대차·기아는 전국 서비스 거점을 통해 전기차 안전 관련 9개 항목에 대한 무상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자사 전기차에 화재 안정성을 강화한 BYD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알렸고, 전기차 대상 상시 무상점검 서비스에 더해 특별 점검도 검토 중이다.
수입차 업체들도 동참했다. 전날 BMW에 이어 이날 볼보코리아가 고객용 애플리케이션(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제조사 정보를 공지했다. GM은 캐딜락 리릭을 출시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지프·푸조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정부 방침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우디를 비롯한 폭스바겐그룹 역시 부품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는 그룹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하반기 전기차 신차를 대거 내놓을 예정이던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며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날 ‘폴스타 4’ 출시 행사를 연 폴스타는 탑재한 CATL 배터리 안전성을 여러 차례 테스트를 통해 검증했다며 안전성을 자신했다. 현대차·기아, 스텔란티스 등 전기차 신차 출시를 계획 중인 기업들도 배터리 제조사를 출시 시점부터 공개할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부품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브랜드까지도 제조사를 자체적으로 공지하는 것은 상황을 그만큼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내수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 역시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고, 발화되더라도 배터리 팩 밖으로 불이 번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소재로 팩을 생산하고 있다. 또 모듈과 팩에 쿨링 시스템을 적용해 열이 전이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한다.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원통형 46시리즈는 셀 단계에서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시켜 셀의 저항을 줄이고 연쇄 발화를 방지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셀-모듈-배터리 팩을 연계한 열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셀, 모듈, 배터리 팩 별 전문가로 구성된 열전파방지협의체를 통해 열전파 방지 기술을 도출하고 검증해 제품군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경우 최소 100개 이상의 배터리로 구성되며 이 중 한 개의 배터리에만 문제가 생겨도 단시간에 높은 열과 다량의 인화성 가스를 발생시키는 열 폭주가 일어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열폭주 차단 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SDI는 또한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알루미늄 외장의 각형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고 있으며, 여기에 가스 배출부인 벤트(Vent)를 적용했다. 셀 내부에 고온의 가스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배출하도록 제어하면서 배터리 폭발을 방지한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Z-폴딩’ 공법으로 양극과 음극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도입했다. 분리막 사용량이 늘어나지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어 SK온은 셀투팩(CTPㆍCell to Pack)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높인 팩 솔루션에 대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특히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전류, 전압, 온도 등을 측정해 최적의 배터리 상태를 유지하는 BMS 고도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퀄컴과 함께 BMS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BMS의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관리칩(BMIC)’ 국산화에 성공했다. 삼성SDI는 자체 AI 등을 활용해 배터리 상태를 분석하는 차세대 BMS 제품을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미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또 생산 이후에도 효율성과 안전성 강화를 위한 BMS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 정비 인력이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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