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유연하게, 최저임금 차등적`…윤석열표 노동정책 온다

by최정훈 기자
2022.03.10 14:52:4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공약 현실화 눈앞에 둬
주52시간제 유연화…"기업·근로자 모두 위해서 필요"
최저임금 차등적용…"지역·업종 구분" vs "큰 혼란 초래"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등 핵심 노동정책이 큰 변화의 기로를 맞았다. 특히 윤 당선인은 주52시간제의 유연화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고, 최저임금도 지역과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유연화는 기업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0일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의 대표적인 노동 공약은 ‘주52시간제 유연화’가 꼽힌다. 그는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 연간 단위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전일제·시간제 근로 전환 신청권 부여,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스타트업 포함, 전문직·고액연봉 근로자에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를 제시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주52시간제가 일부 직종에 적합하지 않다며 연평균 기준으로 주52시간 근로를 유지해야 하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업무 종류별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탄력근로제의 경우 주 최대 64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을 월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총 근로시간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로시간과 범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선택근로제도 현행 최대 3개월로 활용이 제한된 것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주52시간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 성장을 꿈꾸는 기업에서도 근로시간이 제한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윤 당선인은 스타트업의 경우 주52시간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현행 주52시간제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20세기형 모델로 획일적이고 구체적인 시장에 대한 고려가 없어 모든 기업과 근로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가하는 방식”이라며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 근로자의 수요가 바뀌고 있는데 근로시간 제한을 벽돌 찍어내듯 동일하게 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이어 “화두는 유연과 선택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본인의 산업과 회사 업무에 필요한 근로시간 모델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특히 선택근로제는 늘리면 늘릴수록 근로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현재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주4일제도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유연화가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노동, 코로나19 이후 변화 등을 감안할 때 필요한 노동 유연화 방법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 유연화”라며 “특히 근로시간 유연화는 주52시간제를 허문다는 취지가 아니라 노사합의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한다는 취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한 뒤 위원들과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 교수는 이어 “2년 간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유능한 인력일수록 유연한 근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일·가정 양립 차원에서 여성 근로자도 유연근무제에 긍정적”이라며 “기업 필요에 따라 마구잡이로 하는 방식은 막아야 하지만, 노사가 합의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을 옳은 방향”이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최저임금에 대한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도 일을 하고자 하는 근로자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논의됐지만 끝내 부결됐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지순 원장은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제도는 대도시와 지역 간 차이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구조”라며 “서울과 지방은 물가도 다르고 상권과 노동강도도 다르기 때문에, 일의 수용도를 높일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영기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처럼 노동시장이 지역적으로 분할돼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업종별 차등도 구분 기준에 따라 특정 업체가 어느 업종에 속하는지가 굉장히 큰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저임금 20~30% 낮춰서라도 일하겠다는 인력 있기 때문에 고용 창출 관점에서 추진할 순 있지만, 실제로 집행할 때 따르는 문제에 대해서 엄격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