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ATM기에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 주의’ 경고 뜬다

by김미영 기자
2021.11.04 15:49:52

은행연·대검 합동으로 장치 도입
‘고액 알바’에 속아 범죄자 전락하지 않게
‘고의’ 범행 가담자는 발뺌 못하게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앞으로는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보이스피싱 범행 감담 주의를 알리는 경고문이 뜬다. 고액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에 ‘현금수거책’으로 가담, 범법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조치다. 보이스피싱의 일환인 줄 알면서도 가담해놓고 ‘발뺌’하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은행연합회는 대검찰청과 손잡고 은행 자동화기기를 통한 입금 거래 시 ‘보이스피싱 가담자 대상의 경고 메시지’가 보일 수 있게 제도를 보완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최근 보이스피싱이 ‘대출금 회수’, ‘심부름’ 등 정상적인 구인 형태를 빙자하거나 ‘고액 알바’ 등을 미끼로 구직자를 현혹해 현금수거책 등 점조직의 말단으로 가담시키는 범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단 판단에서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절박한 구직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험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금수거책은 기망당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받아 은행 무통장기기의 입금거래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피해금을 이체, 의도치 않더라도 범행을 마무리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피해금의 이체과정에서 보이스피싱 가담 사실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장치 도입이 필요하단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은행연합회와 대검은 통장, 카드가 없이 자동화기기를 통해 특정 계좌로 송금 및 이체를 하려 할 때엔 먼저 반드시 메시지 열람케 한 뒤 다음 거래 단계로 넘어가게 바꿀 방침이다. 메시지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관련법에 의거 처벌 받을 수 있다. 타인명의를 이용한 현금 입·출금 또는 송금 아르바이트는 보이스피싱 범죄일 수 있으니 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한 거래를 제안 받는 등 의심스러운 경우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이는 보이스피싱 가담을 인지하지 못한 이들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차원도 있지만, 인지한 상태에서 가담한 이들이 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은행연 관계자는 “사건의 수사·공판과정에서 현금수거책 등 범행 가담자의 허위 변명, 처벌 회피에 대한 탄핵자료 또는 고의 입증자료, 양형자료로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 주의’ 경게 메시지의 열람 사실을 적극 활용해 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원사인 모든 은행의 적극적인 동참 하에 이러한 제도 개선이 조속히 시행될 예정”이라며 “보이스피싱 근절 및 피해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