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소정 기자
2020.04.28 14:29:11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서울 강남구는 4·15 총선에서도 ‘보수 텃밭’이라는 공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서울 강남갑·을·병에서 모두 승리했다. 특히 큰 격차로 패배한 정치신인 김한규 전 강남병 민주당 후보가 스스로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전 후보는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한규TV’에 ‘나의 총선 도전기-선거가 끝난 후 일주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경준 미래통합당 강남병 당선인은 7만917(65.38%)표를 얻어 3만6423표(33.57%)를 받은 김 전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김 전 후보는 “어마어마한 차이로 졌다. 지난 20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이 최다 득표를 한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강남병 지역은 대치동, 도곡동, 삼성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도곡동 하면 아파트 타워팰리스가 있다. 가장 미래통합당이 아파트 기준으로 봤을 때 제일 높은 득표율을 얻은 곳이다. 제가 11% 얻었다. 제가 나름 공을 많이 들였는데, 타워팰리스를 포함한 고가 아파트들에서 반응이 부정적이었다”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3만6423표, 지난 번에 비하면 4000표 정도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 투표율 57%, 이번에는 73%. 서울에서 가장 많이 (투표율이) 늘어난 지역 같다. 그만큼 보수가 적극적으로 투표한 지역이었다”라고 분석했다.
김 전 후보는 “내가 진 이유는 정말 많다. 첫 번째로는 (강남병은)지역에서 준비가 없었던 전략공천이었다. 보통 6개월에서 2년 동안 지역을 다지는 작업을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전략공천을 받은 사람이 이기는 경우는 아주 그 당이 텃밭인 지역이다. 강남은 보수당에서 보면 텃밭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처럼 전략공천인데 영입인사가 아닌 사람이 몇 명 있다. 이런 사람은 언론에서도 잘 다뤄주지 않는다. 인지도가 올라가면 저에 대해 호감, 불호에 대해 평가가 이뤄질 텐데 알려지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진보 쪽 매체, SNS에서 알려지긴 했지만 그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리끼리 회자되고 이런 정도였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후보는 “준비기간이 짧다 보니까 지역 내에 사람들 파악하는데도 오래 걸렸다. 우리 아군들이 본인 선거처럼 뛰어다녀야 되는데, 그러려면 제가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라며 “지역 내 이슈도 파악하는 데 오래 걸렸고, 공약을 마련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운동 기간이) 35일 밖에 없는데 사무실 구하는데 어려웠다. 단기로 현수막을 걸 만한 사무실을 빌리는 게 쉽지 않았다. (현수막을 걸려면) 유리창 있는 사무실마다 동의를 구해야 했다”라며 “상근할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미 국회의원 상태에서 출마하면 보좌관, 인턴 등 10명이 있는데 저는 그거부터 갖춰나가야 해서 그런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신체접촉이 있는 선거운동도 중단됐다. 김 전 후보는 “악수 한 번 해도 기억에 남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악수를 못했다. 악수를 해보면 좀 다르다. 제가 다른 지역을 포함해 1년 정도를 준비했는데, 악수를 해보면 반응을 느낄 수 있다. 저는 그런 걸 제대로 느껴보기 전에 선거가 끝났다. 강남 지역 특수성이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지하철역에 서 있으면 아침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저는 종부세, 재건축, 교육 이슈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결국 이 부분에 대해선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을 못한 걸 공격 형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사실 수비밖에 못했다. 상대방이 불만을 갖고 있는 걸 알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는데 불만이 누그러진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걸 뛰어넘어 저한테 표를 줄 정도로 만족스러운 공약을 제시 못했다”라고 자성했다.
이어 “다른 지역은 코로나19 대응을 정부가 잘했다는 게 통한 거 같다. 저도 지역에서 좀 해봤는데 전혀 먹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다. 제가 새로운 화두를 제시해서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못했다”라고 했다.
또 “강남병 지역은 여론조사가 한 번도 없었다. 관심지역이 아니었다. 어차피 보수당이 될 곳이니. 제가 처음에 갔을 때 지역에 대한 분석 자료를 당에서 줬다. 이걸 보고 제가 남들한테 공개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당 지지율 자체가 33% 차이더라. 두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이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2%더라. 거의 선거결과가 이대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강남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은 ‘당장 세금을 내는데 그게 지금 와닿냐’고 노골적으로 하셔서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당원이 너무 적었다. 한 1000명 정도. 다른 지역에서는 7000명 정도였는데. 너무 적은 당원들이 있었던 거다. 아주 오랫동안 선배들이 당원을 모집하려고 했는데 안 늘어난 거다. 이것도 제가 갖고 있는 과제다. 확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지세력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약했다”라며 “다른 지역에서 직능단체, 향우회 등이 강남에서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 제가 영향력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났다”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상대방 후보와 적극적으로 싸워보려 했다. 이슈를 갖고. 그런데 상대방이 안 싸워 준다. 조용히 선거가 끝나면 이기는 거니까. 대구, 강남 보수 선거전략은 조용히 끝내는 거다. 그만큼 정당 투표로 가게 노력한다. 제가 많이 싸우려고 했는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험지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선 “저는 민주당 성향이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제가 보수스러운 스펙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저 사람이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더라. 저 스스로도 했다. 제가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나의 민주당 짝사랑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게 강남병 제의가 왔을 때 2시간 정도 고민했다. 그때 저는 어떻게 보면 안 될 수 있지만 짝사랑을 보여줘야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줄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록 떨어졌지만 1% 가능성이라도 있다고 본다. 정치적 경험의 축적이 많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후보는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 미국 하버드 로스쿨 석사를 거쳐 미국 뉴욕주 변호사, 김앤장 변호사로 일했다. 민주당에서는 부대변인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