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中위안화도 日엔화도 '뚝뚝'…다시 불거진 亞위기론

by방성훈 기자
2022.10.20 16:59:03

中위안, 달러당 7.2279위안…2008년 1월 이후 14년만 최저
강달러·美국채 금리 급등·美 상장 中주식 부진 등 영향
베이징 코로나 환자 급증도 추가 봉쇄 우려 키워
日엔화도 급락해 150엔 위협…“亞외환위기 재연 우려 확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1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으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다. 위안화와 더불어 일본 엔화 가치까지 급락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AFP)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 뉴욕 외환시장에서 역내 위안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42% 하락한 달러당 7.2279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역외 위안화 환율도 전일보다 0.7% 하락한 달러당 7.2437위안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역시 역외 거래가 시작된 2010년 8월 이후 최저치다.

달러화 강세 및 미 국채 금리 급등이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 4.56%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4.13%까지 뛰어 4%대를 넘어섰다.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며 강달러를 더욱 부추겼고, 위안화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미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주가 전망이나 경계 심리 등도 위안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는 이날 7.1% 급락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3년 7월 이후 9년여 만에 최저치다.

이외에도 베이징 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증가해 투자 심리에 악영향를 끼쳤다. 향후 추가 봉쇄조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중국 인민은행(PBOC)은 이날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1년 만기 LPR를 전월과 동일한 3.65%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를 전월과 같은 4.30%로 각각 고시했다. 국내총생산(GDP) 발표마저 연기할 만큼 경제둔화 우려가 크지만, 금리를 내리기엔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매우 가파른 상황이다.

달러화 강세로 일본 엔화 가치도 32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에 바짝 다가섰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149.9엔대에서 움직였고,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49.77~149.99엔 사이에서 거래됐다. 149.9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엔저 영향으로 일본의 2022회계연도 상반기(4~9월) 무역 적자는 11조 75억엔(약 105조 2000억원)으로 급증, 통계적 비교가 가능한 197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9.6% 증가했지만 수입액이 44.5%로 더 많이 늘어 적자 규모를 키웠다.

일본 무역수지는 작년 7월 이후 14개월째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연간 경상수지도 4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본은행(BOJ)은 저금리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150엔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다. 150엔을 넘어서면 당국이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양대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 급락은 아시아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엔·달러 환율 150엔 돌파를 계기로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했다.

자산운용사 SPI애셋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 파트너는 “위안화 약세는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항상 우려스러운 전조”라며 “유로화 가치 하락과 더불어 주요10개국(G10) 국가의 (통화가치)에서도 출혈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