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일회용품 퇴출’ 재시행…“불편·비위생” vs “환경보호”

by이소현 기자
2022.01.06 16:25:55

식당·카페 등 4월부터 일회용 컵 등 금지
11월부터는 플라스틱 빨대 등 전면 금지
취지 공감하지만, 영업부담 증가 불가피
"방역패스 관리에 일회용품 규제까지 부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방역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일회용품 사용이 오는 4월 1일부터 금지된다.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공감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은 비위생적이고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연합)
6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규제(무상제공금지 및 사용억제) 제외대상을 개정해 고시했다. 이로써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제한된다.

11월24일부터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이 확대돼 일회용 종이컵은 물론 플라스틱 빨대도 전면 사용이 금지된다. 현재 3000m² 이상 대규모 매장과 165m² 이상 슈퍼마켓에서만 사용이 금지된 비닐봉지는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 매장과 제과점에서도 쓸 수 없다. 대규모 매장의 우산 비닐과 체육시설의 플라스틱 응원용품 사용도 금지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음식 등의 증가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한 가운데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2020년 지자체 공공선별량 처리량 기준으로 플라스틱류는 전년 비 19% 늘었으며, 발포수지류와 비닐류는 전년 비 각각 14%와 9% 증가했다.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일회용품은 당장 쓰기에 편리하지만, 다량의 폐기물 발생과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켜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해줄 것을 강조했다.



식당과 카페 등 식품접객업장은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라는 규제가 재시행되는데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9)씨는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컵 사용을 제한하면서 전쟁통을 치렀었던 기억이 난다”며 “머그잔 설거지는 늘어나고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고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손님을 안내하는 등 또다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방역패스 관리에 이어 일회용품 사용 제한까지 영업부담만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어길 시 면적과 이용인원, 적발 횟수에 따라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1)씨는 “남은 음식 싸달라는 포장 손님도 꽤 돼서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방역패스 확인도 그렇고 일회용품 사용까지 관리하라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 업장에 다회용품을 사용하면 세척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인력이 필요한데 부담이 되는 사정들은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위생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손님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다회용컵 사용을 꺼리기도 하는데 코로나가 어느 정도 종식될 때까지는 유예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환경보호 취지에 공감해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스타벅스코리아 등 커피전문점들은 다회용컵 사용을 실험 중인데 일회용 컵이 없는 에코매장은 2025년이면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날 스타벅스 에코매장인 을지로점에서 다회용컵을 반납한 대학생 박은수(24)씨는 “사용한 컵을 직접 씻어서 반납하고 보증금 1000원을 돌려받아 돈 버는 기분”이라며 “이런 매장이 점차 늘어나면 사람들도 적응해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회용 컵 대신 매장용 머그, 개인 컵, 다회용 컵으로만 음료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직원들이 다회용 컵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스타벅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