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유색 페트병 퇴출…라벨 쉽게 떼내도록 절취선 도입

by박일경 기자
2019.04.16 12:00:00

갈색 맥주용기 전환시점, 하반기 마련키로
9개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기준 개정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4단계로 세분화
라벨에 절취선 도입…접착제 도포면적 ‘최소’

(자료=환경부)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내년부터 음료·생수병용으로 생산되는 페트병에서 유색이 퇴출되고 무색으로 전환된다. 다만 제품의 품질 보존을 위해 무색으로 바꾸기 어려운 맥주를 담은 페트병은 유리병이나 캔 등 대체품으로 바꾸되 전환시점 등의 구체적 퇴출 로드맵은 연구용역을 거쳐 올해 하반기 마련한 후 업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확정하고 오는 17일 고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페트병 등 9개 포장재의 재질·구조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재활용 용이성 최우수 등의 등급으로 구분하고 업계에 혜택(인센티브)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쉽게 설계되도록 유도한다.

9개 포장재에는 종이팩, 유리병, 철캔, 알루미늄캔, 일반 발포합성수지 및 단일·복합재질, 폴리스티렌페이퍼, 페트병, 합성수지 단일재질 용기·트레이류, 복합재질 용기·트레이 및 단일·복합재질 필름·시트류가 해당된다.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 개정사항. (자료=환경부)


환경부는 국내 재활용 여건과 외국 사례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비롯해 업계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9개 포장재 재활용 등급기준을 종전의 1~3등급에서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 4단계로 개선했다. 특히 기존 재활용 용이성 1등급을 최우수와 우수로 세분화하고 2~3등급을 어려움으로 통합했으며 보통을 새롭게 추가했다.

페트병의 경우 재활용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몸체가 무색이고 라벨은 재활용 과정에서 쉽게 제거될 수 있는 재질·구조로 생산돼야 한다. 따라서 이를 등급기준에 반영했다. 페트병 라벨의 우수 이상 등급을 받기 위해 우선 소비자가 분리배출 시 라벨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절취선 등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과 별도로 페트병의 재활용을 낮추는 유색 페트병과 라벨의 일반접착제는 원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도록 자원재활용법 등 관련 법령을 올해 하반기 중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라벨의 일반접착제는 비접착식 또는 열알칼리성분리접착제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분리배출하지 않은 라벨은 재활용 세척공정에서 쉽게 제거되도록 물에 뜨는 재질(비중 1 미만)을 사용하고 접착제를 사용할 때 열알칼리성 분리 접착제만 사용하고 바르는(도포) 면적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물에서 분리될 수 있는 라벨(비중 1 미만 비접착식)을 사용하는 페트병에는 ‘최우수’ 등급을 부여해 업계에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관련 업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최우수 등급 판정을 받는 페트병의 생산이 늘어날 수 있도록 이끌 방침이다.



향후 등급평가를 의무화하고 평가등급별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화해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내년부터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재활용 품질을 낮추는 유색펄프를 사용한 종이팩이나 짙은 색상을 사용한 병, 예컨대 와인 병 등은 재활용 용이성 ‘어려움’ 등급을 새롭게 부여하는 등 기타 품목의 등급기준도 정비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을 감축하려는 정부의 다양한 대책에도 실제 현장에서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져야 보다 실효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환경부가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샘플 조사한 결과 페트병 라벨 분리 배출률은 11% 정도에 그쳤다. 페트병에 붙어있는 라벨 비닐을 따로 떼서 플라스틱이 아닌 비닐류로 각각 분리수거하는 시민이 1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환경부는 올바른 재활용품 분리배출 문화가 정착되도록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와 힘을 합쳐 교육·홍보를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수도권지역 5곳의 기초지자체 주택단지를 이달 말에 선정하고 지역의 분리배출 실천운동가 500여명이 분리배출 현장에 찾아가 직접 주민들에게 배출요령을 시연하고 안내하는 ‘분리배출 실천운동’을 다음 달부터 추진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재활용업체에 반입되는 재활용품에 대해 분기별로 품질검사를 실시해 페트병 라벨 분리배출 등의 정착 여부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등급기준도 탄력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페트병 등의 포장재의 재활용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쉽게 되도록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의 생산이 확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