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8조" 유방암 복제약 전쟁…최후 승자는?(종합)

by강경훈 기자
2017.12.20 15:09:13

삼성바이오에피스 美서 심사 시작·셀트리온 유럽서 '긍정 의견'
암젠·앨러간 등 경쟁사도 준비 중, 2019년 이후 경쟁 본격화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사옥 전경. 공교롭게 두 회사의 사옥이 모두 인천 송도에 있다.(사진=각 사 제공)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사옥 전경. 공교롭게 두 회사의 사옥이 모두 인천 송도에 있다.(사진=각 사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연간 7조8000억원 규모로 형성된 유방암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관련 분야에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을 비롯해 암젠·엘러간 등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잇달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자사 유방암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월 관련 허가를 신청한 지 2달만이다. 앞서 16일에는 셀트리온이 유방암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긍정의견’을 받았다. 통상 자문위원회에서 긍정의견을 낼 경우 유럽연합(EC) 집행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최종 승인을 결정한다. 승인까지 기간은 2∼3달 정도 걸린다.

현재 미국에서 유방암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진행 중인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4곳이다. 이미 밀란·바이오콘이 합작해 개발한 ‘오기브리’가 최근 판매 허가를 받은 가운데 셀트리온과 암젠·엘러간 등이 현재 FDA 심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시장만 놓고 봤을 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후발주자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유방암 바이오시밀러인 ‘온트루잔트’가 EMA로부터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 관련 제품은 내년 초 공식 출시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너와 유럽 각 나라별 출시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CHMP 긍정의견을 받은 후 2~3개월 내 최종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암젠·앨러간, 화이자는 올해 초 허가를 신청한 후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렇듯 국내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유방암 치료제 오리지널 약은 스위스 로슈사가 판매하는 ‘허셉틴’이다. 초기 유방암을 비롯해 전이성 유방암·위암 등에 쓰이는 허셉틴은 지난해 기준 7조8000억원 규모 시장이 형성됐다. 가장 많이 팔리는 약으로는 8위에 올랐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경쟁력을 강점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약의 70~80% 수준이다. 각 나라들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의료비 절감을 위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는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이 해당 분야를 독식하는 이른바 ‘퍼스트 무버’ 효과가 강하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은 지난 2013년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업계 최초로 출시, 이미 유럽시장에서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 시장 40% 이상을 잠식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허셉틴 시장이 레미케이드와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자가면역질환은 ‘삶의 질’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가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반면 항암제는 ‘생명연장’ 효과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약을 제치고 시장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셀트리온이 출시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유럽시장에 출시한 후 램시마보다 시정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트룩시마는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이 오리지널 약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 출시 후 경쟁자가 등장할 때까지 3년 정도 걸리면서 시장 선점효과를 누렸다”며 “허쥬마는 경쟁사와 3~4개월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유럽 허가를 마친 후 국가별 입찰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경쟁은 관련 특허가 만료되는 2019년 6월 이후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밀란과 바이오콘이 이미 미국에서 오기브리를 허가 받았지만 당장에 팔 수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은 허셉틴이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 동일한 출발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때까지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약과 효과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히고, 관련 데이터를 쌓는 등 근거를 만들어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