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비엔날레 개막 D-50…청계천 기억지도 새로 그리다
by김기덕 기자
2017.07.13 14:29:28
'청계천·동대문 젠트리피케이션' 워크숍…9월 행사 개막
| △지난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청계천·동대문 젠트리피케이션’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청계천 노점상인의 설명을 듣고 청계천 기억지도를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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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도시 문제의 창조적 대안을 제시하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서울비엔날레)’ 개막을 50일 앞두고 청계천 개발 이전 상인들의 삶의 풍경과 주위의 변화된 모습을 기록한 ‘기억 지도’를 만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비엔날레는 글로벌 50여개 도시, 세계 30여개 대학, 영국문화원, 유럽문화원연합 등 120여개 관련 기관이 참가하는 도시를 매개로 한 글로벌 학술·전시 축제다. 오는 9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 66일간 돈의문박물관마을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행사 개막을 앞두고 지난 8~9일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와 청계천 일대에서는 시민이 직접 서울의 오픈지도를 만들어보는 ‘청계천, 동대문 젠트리피케이션’ 워크숍이 진행됐다. 도시 콜렉티브 ‘리슨투더시티(예술가, 도시연구자, 디자이너로 구성된 예술, 디자인, 도시 콜렉티브 창작 집단)’가 함께한 이번 워크숍에는 건축 전공 대학생, 디자이너, 회사원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 20여 명이 참여해 청계천 개발 전부터 이곳에 존재했던 노점상을 중심으로 도시의 삶의 양식과 미학의 다양성의 필요성을 오픈 지도로 만들어 봤다.
워크숍 첫 날에는 가장 먼저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의 최인기 빈민운동가와 리슨투더시티의 박은선 씨가 각각 ‘청계천, DDP에서 쫓겨난 사람들’과 ‘복원된 청계천의 지속불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도시 서울의 변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박은선씨는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립으로 청계천의 700여 노점상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공간을 잃었다”면서 “도시의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한 계획으로 급하게 진행된 청계천 복원은 앞으로 서울시민이 반드시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행사 참여자들이 노점 상인들의 기억을 토대로 완성한 지도에는 청계천 복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립에 따른 상인들의 이동경로, 청계천과 DDP 주위의 변화 모습, 노점상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경험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행사 이튿 날에는 시민들이 직접 청계천 일대를 둘러보면서 청계천의 배수구, 탈출 사다리 등의 위치, 수문의 넓이와 높이, 안내 표지판 내용, 청계천에 살고 있는 동식물 등을 살펴봤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서울비엔날레 큐레이터 강이룬(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조교수)씨는 “위키피디아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기여하는 참여문화는 외국에서는 이미 익숙하지만 서울의 경우 특수한 지리정치학적인 상황이 겹쳐 부족하다”며 “이번 서울자유지도 워크숍은 참가자들이 직접 독립적인 지도를 만들어보며 지도라는 자원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