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못살바엔 소형 현대차"…대중차 설땅없는 유럽
by송이라 기자
2015.03.16 17:01:44
포드·GM 등 5개 ''중간급''車 점유율 9년새 10%p↓
유럽 車 업계, ''선택과 집중'' 전략 내세워
|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포드 GT 슈퍼카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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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유럽시장에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 등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어중간한 브랜드의 자동차가 외면당하고 있다. 중산층은 웃돈을 주고라도 아우디나 BMW 의 저가 모델을 구입하거나 눈높이를 낮춰 현대차(005380)의 저가 모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포드와 GM 유럽 브랜드 오펠, 푸조 시트로엥, 르노,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소위 중간급 자동차들의 유럽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서치 기관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9년간 이들 5개 브랜드의 유럽내 점유율은 50%에서 40%로 1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판매량 1250만대 중 100만대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BMW나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급 브랜드들은 기존 스포츠카나 고급 세단에서 영역을 확장해 중소형 및 가족 친화적인 자동차를 생산하며 중산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혁신적인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과 중고 판매시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소비자들의 눈을 끄는 대목이다.
아예 저가 모델도 인기다. 현대·기아차의 소형 SUV는 지난해 저가 SUV를 찾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르노그룹 계열 브랜드 다치아(Dacia)가 선보인 6000파운드(약 1000만원)짜리 산데로(Sandero)도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다.
포드 등 대중차 브랜드를 사던 소비자들이 웃돈을 좀 더 보태 아예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를 사거나 세제 혜택 등이 많은 경차로 갈아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유럽 자동차업계는 전략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GM 자회사인 오펠과 포드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종류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유럽인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기 위해 2018년까지 50개가 넘는 신차 및 기존 차종의 업데이트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GM은 이미 지난 2013년말 유럽시장의 장기간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쉐보레를 철수하고 오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재미있고 스포티하며 첨단기술을 지닌` 합리적 가격대 차량 생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와 반대로 포드는 럭셔리 서브 브랜드 비냘리(Vignale)의 첫 컨셉트카를 공개하며 고급차 시장에 발을 들였다.
칼 토마스 노이만 오펠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손익분기점조차 맞출 수 없다. 더 많은 차를 팔아야만 한다”면서 “유럽시장에서 중간급 자동차 시장이 왜 줄어들고 그에 따른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프리미엄과 저가 사이의 수요가 있다고 믿는다”며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처럼 완전 저렴하지도 않으면서 합리적이고 패셔너블한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